• 돈 알바로(식민지 잉카제국 왕족의 후예, 테너) • 칼바트라바 후작(스페인의 대귀족, 베이스) • 돈 카를로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장남, 바리톤) • 돈나 레오노라 디 바르가스(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소프라노) • 프레치오실라(젊은 집시 여자, 메조소프라노) • 구아르디아노(수도원장, 베이스) • 멜리토네(수도사, 바리톤)
배경
18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와 이탈리아
대본(리브레토)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초판), 안토니오 기슬란초니(개정판)
구성
서곡과 4막
목차 가혹한 운명의 수정판 세 명의 기구한 운명: 우연이 만들어 낸 비극 무거움 속의 단비
┗ 서곡, 알레그로 아지타토 에 프레스토 ┗ 2막 2장, 레오노라의 아리아 ‘성모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Madre, pietosa Vergine)’ ┗ 3막 1장, ‘오, 천사의 품으로 올라간 그대여(O tu che in seno agli angeli)’ ┗ 3막 1장, 카를로의 카바니타 ‘이 속에 내 운명이(Urna fatale del mio destino)’ ┗ 4막 2장, 레오노라의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Pace, pace mio Dio)’
-〈운명의 힘〉이 초연된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극장의 1886년 모습-
가혹한 운명의 수정판
《운명의 힘》에 대한 베르디의 열정은 상당했던 것 같다. 그는 페테르부르크까지 가서 초연의 제작을 직접 감독하였다.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작곡가는 레오노라 역을 맡은 소프라노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교체를 요구하며, 자신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대연습을 거부하였다고 한다.
초연은 언론의 찬사를 받았고, 베르디는 황제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베르디는 이 초연작품에 만족하지는 않았다. 작곡가는 리코르디의 수정 권유에 동의하며 작품을 수정하였다. 수정본은 《아이다》의 대본가였던 안토니오 가슬란초니에게 부탁하였다.
오페라 수정판은 원전판과 많이 달라졌는데, 대표적인 것이 서곡과 줄거리이다. 간략했던 서곡은 신포니아로 확대되었으며, 4막 피날레의 줄거리가 바뀌었다. 원작은 세 명의 주인공이 모두 죽는 내용인데, 카톨릭 국가에서 사제인 알바로가 자살을 하는 결말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수정판에서는 알바로의 자살 장면이 삭제되었다.
-쥬세페 베르디-
-대본을 쓴 프란체스코 마리아 피아베-
이 결말은 세 명의 주인공이 모두 죽음에 이르는 가장 비극적인 결말에서 한 사람이 살아남는 것으로 덜 가혹해 보인다. 그러나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홀로 남은 한 남자의 운명은 그의 미래를 생각할 때 훨씬 더 가혹한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명의 기구한 운명: 우연이 만들어 낸 비극
이 오페라의 배경은 18세기 중엽, 스페인 세비야와 이탈리아이다. 스페인의 대 귀족 칼라트라바 후작의 딸 레오노라는 집에서 연인 알바로와의 결혼 반대로 가출한다. 알바로와 함께 떠나는 레오노라 앞에 후작이 나타나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하며 그 과정에서 알바로는 실수로 후작을 죽이게 된다. 후작의 아들 카를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알바로와 누이 레오노라를 찾아다닌다.
도망 중 레오노라와 헤어진 알바로는 스페인 군에 입대하고 싸움이 붙은 카를로를 구해주게 된다. 전쟁 중에 다친 알바로가 치료를 받는 동안 카를로는 알바로가 맡긴 소지품에서 레오노라의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가 자신의 원수임을 알게 된다. 카를로는 알바로에게 결투를 신청하나 알바로는 오해임을 말한다. 순찰병이 그들의 결투를 제지하고 알바로는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카를로는 수도원에 들어가 사제가 된 알바로를 찾아내 결투를 신청한다. 카를로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는다.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은신해 있는 동굴로 뛰어가 카를로의 중상을 알린다. 레오노라는 카를로를 돕기 위해 가지만 카를로는 그녀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 남매는 결국 모두 숨을 거두고 알바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죽어가는 레오노라를 안고 있는 알바로-
무거움 속의 단비
여타 베르디의 오페라가 그러하듯 《운명의 힘》 역시 비극적이다. 여기에 세 주역의 목소리는 무거운 드라마틱한 목소리를 요구하여 오페라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하지만 오페라가 막연하게 어둡게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베르디는 무거운 오페라에 웃음을 선사하는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코믹한 조연을 넣었다.
전쟁터의 집시 여자 프레치오실라와 멜리토네 수도사가 그렇다. 이처럼 비극에 코믹한 역할을 넣은 것은 〈가면무도회〉에서 오스카르 역을 넣은 것으로 이미 시도한 바가 있다. 〈운명의 힘〉 역시도 코믹한 역을 집어넣은 베르디의 과감한 시도가 엿보인다. 어두운 분위기에 맞지 않는 코믹 역할이지만, 대가 베르디의 오페라에서는 어색함 없이 녹아 들어가 작품에서 단비 같은 역할을 한다.
오페라속 음악들
서곡, 알레그로 아지타토 에 프레스토
이 곡은 기존의 형식을 완전히 무시하여 극중의 주제를 자유롭게 구사하며 드라마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연주회에서 독립적으로도 많이 연주된다.
-수도원에서 번민중인 레오노라-
제2막 제2장, 레오노라의 아리아 ‘성모님, 저의 죄를 용서하소서(Madre, pietosa Vergine)’
알바로와 헤어진 레오노라는 수도원에 당도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이 아리아는 성모님에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용서를 비는 극적인 소프라노 아리아이다. 아리아 중간에 반주로 깔리는 합창이 레오노라의 심정을 더욱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절망적이고 슬픈 상황에서 호소력 있는 선율이 매력이다.
제3막 1제장, ‘오, 천사의 품으로 올라간 그대여(O tu che in seno agli angeli)’
도망 중 레오노라와 헤어진 알바로는 군에 장교로 입대한다. 이탈리아 전선에 배치된 알바로는 사랑하는 레오노라가 죽었다고 믿는다. 알바로는 이에 절망하여 자신의 불행과 희망 없는 앞날을 노래한다.
제3막 제1장, 카를로의 카바니타 ‘이 속에 내 운명이(Urna fatale del mio destino)’
아마도 이 오페라에서 가장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일 것이다. 전투에서 중상을 입은 알바로가 수술을 받으러 막사 안으로 들어간다. 홀로 남은 카를로는 알바로가 건네 준 상자가 열려 있는 것을 보며 상자 안에 수상한 것이 들어 있음을 직감하며 불안한 심정을 노래한다. 결국 상자 안에 레오노라의 초상화가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 카를로는 알바로가 자신의 원수임을 알게 된다.
제4막 제2장, 레오노라의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소서(Pace, pace mio Dio)’
수도원 뒷산에 위치한 동굴에 숨어 사는 레오노라는 알바로를 잊지 못하는 자신에게 죽음이라는 평화가 오기를 기도한다. 레오노라의 감정이 발산되는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의 대표적인 아리아이다.
스핀토 테너,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 등 가수들의 성질(聲質)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된다. 테너든 소프라노든 스핀토 가수는 베르디 중기 이후의 작품과 푸치니, 베리즈모 오페라에 어울린다. 전반적인 스타일은 부드러운 미성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드라마틱에 가까운 어둡고, 무겁고, 격정적인 표현이 가능한 음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레나타 테발디'야말로 최고의 리리코 스핀토 소프라노였다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폰 카라얀 Verdi. La Forza del Destino Overture - Karaj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