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네(아이네이아스)- 트로이의 영웅, 비너스와 앙키세스의 아들, 테너 • 카상드르(카산드라)- 트로이의 예언자, 프리아모스의 딸. 메조 소프라노 • 디동(디도)- 카르타고의 여왕, 시카이오스의 미망인. 메조 소프라노 • 코레브(코로이보스)- 아시아에서 온 왕자. 카산드라의 약혼자. 바리톤 • 팡테(판테우스)- 트로이의 사제. 에네의 친구. 베이스 • 나르발- 디도의 대신, 베이스 • 아스카네(아스카니오스)- 에네의 어린 아들, 소프라노 • 안나- 디도의 여동생, 콘트랄토 • 프리암(프리아모스)- 트로이의 왕, 베이스 • 헥토르의 유령-트로이의 영웅, 프리아모스의 아들, 베이스 • 헬레누스-트로이의 사제, 프리아모스의 아들, 테너 • 메르퀴르(머큐리 신)- 바리톤 혹은 베이스 • 헤쿠바(헤카베)- 트로이의 왕비, 소프라노
배경
1532년, 로마의 사육제 기간
구성
5막, 프랑스어
편성
피콜로1, 플루트2, 오보에2, 클라리넷2, 바순4, 호른4, 트럼펫2, 코르넷2, 트롬본3, 오피클레이드 혹은 튜바1, 팀파니1, 트라이앵글1, 심벌즈1, 베이스 드럼1, 테너 드럼1, 스네어 드럼1, 탬버린1, 작은 심벌즈2, 하프6-8, 현 5부, 합창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
위대한 두 영혼의 만남
베를리오즈는 어린 시절부터 베르길리우스의 문학작품들에 매료되었다. 이후 괴테와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에 몰두한 후에도 베르길리우스의 문학은 베를리오즈가 가장 애독하는 작품이었다. 〈환상교향곡〉을 작곡할 때부터 ‘극적인 음악’을 추구했던 베를리오즈로서는, 언젠가 자신이 사랑하는 베르길리우스의 작품을 극화하고자 하는 열망을 언제나 품고 있었다. 그러나 야심차게 선보인 첫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가 흥행에 실패한 뒤, 새로운 오페라 작업은 쉽게 진행되지 못했다.
-〈트로이 사람들〉오리지널 에디션 표지-
〈트로이 사람들〉의 작업이 지지부진하던 중, 베를리오즈는 1856년 바이마르를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에서 리스트와 친밀하게 지내면서, 리스트의 연인 비트겐슈타인 후작부인에게서 용기를 얻게 된다. 그리하여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드》의 2권과 4권을 바탕으로 대본을 쓰고 1858년에 드디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장 밥티스트 위카르, 〈「아이네이드」를 낭독하는 베르길리우스〉, 1790-1793년-
비운의 걸작
5년 만에 완성된 〈트로이 사람들〉은 그러나 첫 상연부터 난항을 겪었다. 베를리오즈는 당시 가장 유명한 극장이었던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이 작품을 초연하려고 했으나, 파리 오페라 극장 측에서는 작품의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하다는 이유로 상연을 거절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테아트르 리리크에서 초연이 이루어졌지만, 마찬가지로 작품이 너무 길다는 이유로 2부 5막 중 2부인 〈카르타고의 트로이 사람들〉만이 상연되었다. 결국 베를리오즈는 〈트로이 사람들〉의 전작이 공연되는 것을 생전에 볼 수 없었고, 베를리오즈 사후 21년이 지난 뒤에야 칼스루에에서 독일어 가사로 전작이 공연되었다.
-1863년 〈트로이 사람들〉 포스터-
베를리오즈는 “이제까지의 어떤 작품보다도 위대하고 숭고한 작품을 썼다고 확신한다”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이 작품을 아꼈다. 그는 자신이 항상 추구해왔던 표현의 진실성을 이 작품에서 구현해냈다고 생각했으며, 글루크나 모차르트의 작품에 비견될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마이어베어나 알레비 스타일의 전형적인 그랜드 오페라를 기대했던 파리의 관객들은 〈트로이 사람들〉의 초연에 냉담하게 반응했다. 베를리오즈 역시 후반부만 공연된 초연에 만족하지 못했고, 자신의 작품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로이 사람들〉은 이후로도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다가, 1957년 영국에서 축약되지 않은 원래의 형태로 공연된 후에야 그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베르길리우스의 시가 가진 운율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장식을 배제한 절제미를 추구한 이 작품은, 기존의 그랜드 오페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오페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도메니코 티에폴로, 〈트로이성으로 향하는 목마〉, 1773년-
제1부 〈트로이의 점령〉
트로이의 목마와 카상드르의 예언(제1막)
트로이 성에서는 10년에 걸친 그리스군의 공격이 끝난 것을 축하하는 연회가 떠들썩하게 벌어진다. 트로이 사람들은 그리스군이 남기고 간 거대한 목마를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즐거워하지만, 왕녀 카상드르는 트로이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약혼자 코레브 왕자에게 트로이를 떠나라고 간청한다. 에네가 등장하여 목마를 태워버려야 한다고 경고하지만, 프리암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여올 것을 명령한다.
-2012년 6월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트로이 사람들〉 공연 장면-
그리스군의 기습과 카상드르의 죽음(제2막)
에네의 방에 헥토르의 유령이 찾아와 트로이를 탈출해서 이탈리아로 가라고 경고한다. 이때 목마 속에 숨어있든 그리스군이 트로이 성을 기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한편 트로이의 여인들은 베스타와 퀴벨레의 제단에 모여 군인들을 위해 기도하지만, 트로이 성이 함락되고 코레브가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카상드르와 여인들은 함께 자살하고, 에네는 헥토르의 계시에 따라 사람들을 이끌고 이탈리아로 향한다.
-페데리코 바로치, 〈불타는 트로이를 탈출하는 아이네이아스〉, 1598년-
〈제2부 카르타고의 트로이 사람들〉
에네와 디동의 만남(제3막)
튀로스에서 남편이 살해당한 후 카르타고로 피신해 새로운 나라를 세운 여왕 디동에게 누미디아의 왕이 결혼을 청하며 거절할 경우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위협한다. 이때 이오파스가 해안에 이방인들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디동은 나라를 떠나 방랑했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들을 환대한다. 마침내 누미디아 왕이 군대를 이끌고 침략하고 에네는 자신이 카르타고를 지키겠다고 말한다.
-바롱 피에르 나르시스 게랭, 〈에네와 디동〉, 1815년-
사랑에 빠진 에네와 디동(제4막)
에네와 디동은 사냥을 하다가 폭풍우를 만나 동굴에 피신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나르발은 디도가 사랑에 빠진 나머지 정국을 돌보지 않음을 걱정하며 에네가 결국 이탈리아로 떠날 것이라고 불안해한다. 한편 에네는 디동과 함께 연회를 즐기는데, 이때 메르퀴르가 나타나 이탈리아로 떠나라고 경고한다.
-2012년 6월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한 〈트로이 사람들〉-
에네의 배신과 디동의 죽음(제5막)
에네는 신의 경고를 두려워하면서 이탈리아로 떠나기로 결심하고, 여왕이 알지 못하게 새벽에 떠나기로 한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디동은 에네를 저주한다. 디동은 죽음을 결심하고 트로이 사람들이 가져온 보물을 불태우기 위해 만든 장작더미 위로 올라간다.
그녀는 언젠가 아프리카의 전사 한니발이 로마를 멸망시켜 자신의 복수를 대신해줄 것이라고 예언하고 에네의 칼로 스스로를 찌른다. 죽음을 맞는 순간 디동은 카르타고가 멸망하고 로마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보게 된다. 카르타고 사람들은 에네를 저주하며 그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2012년 6월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한 〈트로이 사람들〉-
합창 ‘하하! 십년의 농성 끝에’(Ha, Ha! Apres dix ans passes dans nos murailles)
오페라의 시작을 알리는 합창으로, 그리스군의 공격이 멈춘 것을 기뻐하는 트로이 사람들의 노래이다. 목관성부가 6/8박자의 빠른 리듬으로 음악을 시작한 뒤 합창이 환희에 넘치는 경쾌한 선율을 노래한다. 여성합창과 남성합창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트로이 사람들의 해방감을 더욱 강조한다. 후반부에서 4/4박자로 변화되면서 음악이 절정에 이른 뒤, 금관의 힘찬 팡파르로 합창이 마무리된다.
-2012년 6월 코벤트 가든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한 〈트로이 사람들〉에서 디도 역할을 맡았던 에바-마리아 웨스트브뤽-
사냥음악(Royal Hunt and Storm)
제4막의 첫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으로, 사냥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에네 일행과 함께 사냥을 나선 카르타고 왕실 사람들의 무언극이 펼쳐진다. 반음계로 하행하는 느린 현악선율로 시작된 음악은 목관이 가세하면서 평화로운 전원의 풍경을 표현한다. 이어서 금관이 엄숙하게 사냥나팔 소리를 묘사하고, 현악성부가 빠른 리듬을 연주하면서 본격적인 사냥의 전개를 표현한다. 금관의 팡파르가 반복적으로 제시되면서 분위기가 점차 고조되고 합창이 더해지면서 절정으로 치달으며 폭풍우가 밀려옴을 암시한다. 클라이맥스 이후 다시 목관의 목가적인 선율이 제시되면서 폭풍우를 피해 들어간 동굴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디동과 에네의 감정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발레음악(Pas des almees - Danse des esclaves - Pas d'esclaves nubiennes)
제4막의 두 번째 장면에서 연주되는 음악으로, 다양한 춤곡들이 연주되는 동안 디동이 에네를 위해 개최한 연회에서 세 가지 춤이 펼쳐진다. 먼저 6/8박자의 느린 춤곡이 연주되면서 이집트 무희들의 우아한 춤을 보여준다. 이 춤곡은 세 부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번째 부분은 보다 빠른 템포로 이루어진다. 금관의 팡파르와 함께 이집트의 춤이 끝나면 빠른 6/8박자의 경쾌한 춤곡이 연주되면서 카르타고 궁의 노예들이 춤을 선보인다. 금관의 빠른 부점리듬으로 시작된 춤곡은 점차 분위기를 고조시키다가, 2/4박자로 바뀌면서 누비아 출신 노예들의 춤으로 이어진다. 카르타고 노예들의 춤과 누비아 노예들의 춤이 교차되다가 화려한 금관 팡파르로 발레가 마무리된다.
오페라의 5막에서 에네가 자신을 배신하고 떠날 것임을 알게 된 디동이 자살을 결심하며 부르는 아리아로, 베를리오즈가 특별히 공들여 작곡한 디동의 아리아들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느린 템포의 선율이 감정을 억제한 차분한 소프라노 음색을 통해 그 좌절감을 더욱 강조한다. 에네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모두 억누른 채 고요하게 이어지는 디동의 선율은 목관성부와 어우러져 죽음을 앞둔 그녀의 심정을 애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Track No 1 / 디동의 아리아 ‘안녕, 자랑스런 도시여’ Joyce DiDonato records Berlioz - Adieu Fière Cité (Didon)
Track No 2 / Berlioz "Les Troyens" (Christine Goerke & Andrew Davis • 전막 런닝타임 3:4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