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kner, Josef Anton, 1824 ~1896 의 교향곡 3번 D 단조 Symphony No.3 in D minor 를 감상하겠습니다.
브루크너는 만사가 느릿느릿한, 중국 사람을 빗대어 말할 때 흔히 쓰는 '만만디'라는 단어가 꼭 어울리는 음악가였다. 음악을 본직으로 삼기로 마음먹은 것이 27세, 교향곡이나 악기법을 배우려고 키츨러라는 선생의 문을 두드렸을때가 37세였으니 말이다.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제1악장에서조차 규모가 크고 장중하며 진행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브루크너에게 빈 사람들은 '아다지오 콤포니스트(느릿느릿한 작곡가)'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는 일생을 깨끗한 독신으로 보내면서 어린애와도 같은 천진무구함으로 일관했다. 물질욕이 없고 일상 생활은 검소했으며 늘 머리를 짧게 깎고 다녔다. 형편 없는 촌뜨기 사투리에 헐렁한 옷을 입고, 아는 것이 많은 도시인들을 항상 두려워했다. 상부 오스트리아의 한촌 안스페르덴에서 학교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성 프롤리안 수도원의 아동 합장대원이 되었다. 32세때 린츠의 돔 전속 오르간 주자가 되기 전까지 15년 간은 마을 초등학교 교원직에 있으면서 수도원의 보조 오르간 주자로서 하느님에게 봉사했다. 1871년, 47세의 나이로 그는 런던 국제 오르간 경연대회에서 1등의 영광을 안음으로써 오르간 연주와 즉흥연주의 명성을 전유럽에 떨쳤다. 세계 일류의 오르간 연주자로서의 그의 지위는 60세까지도 확고했다. 그의 교향곡은 오르간이 끼어 있지 않아도 그 울림이 왠지 오르간처럼 들린다는 평도 있거니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믿음이 깊은 카톨릭 신자였으므로 초기 작품에는 단연 종교음악이 많지만 슈베르트의 후기 양식에 의해 작곡한 가곡도 더러있다. 그는 자기 작품에 대해 소심할 정도로 신중했다. 그의 교향곡 가운데〈작품 0번〉이라는 것이 있다. 그는 자신의 교향곡 번호를 제 1번부터 제 9번까지 붙였는데, 어느날 제1번보다 먼저 습작처럼 썼던 교향곡 악보를 서랍에서 발견했다. 다시 보니 그 작품도 괜찮다 싶어 번호가 붙은 교향곡 대열에 집어넣기로 마음먹고 보니 이미 통용되고 있는 번호를 하나씩 뒤로 미루는 것도 이상해, 고민 끝에 결국 제0번이라는 음악사상 전무후무한 번호를 붙였다는 것이다. 이 한 예에서도 융통성이 없는 그의 성격을 볼 수 있다. 요사이는 세계 주요 국가에 브루크너 협회가 생길 정도로 그는 위대한 작곡가 대접을 받고 있지만 살아생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40세 때 제1번 교향곡을 발표해 냉대를 받았고 50세 때 제2교향곡은 악평을 받았으며 제5, 제6, 제9교향곡은 어느 악단도 연주해 주지 않아 작곡가인 그 자신도 생존 중 실연을 직접 들어보지 못했다. 60세 때의 제7교향곡에서 비로소 승리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길고 험한 길이었는가. 작곡가로서 그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나 지난 제1차세계대전 후 부터였다. 소년 시절 사랑했던 한 소녀를 평생 잊지 못해 독신으로 지내면서 오로지 하느님을 섬기며 구도자와도 같은 형극의 길을 스스로 걸은 작곡가였기에 그의 음악에는 깊은 종교심이 배어 있다. - <글 출처:김상헌 프로덕션> Symphony No.3 in D minor브루크너 교향곡 3번 D단조 브루크너의 교향곡 2번이 바그너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그러다보니 브루크너에게서도 외면당하여 오늘날까지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바그너의 선택을 받은 브루크너의 교향곡 3번은? 결과는 심하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 2번 못지않게 많은 개작을 겪게 되고 교향곡 4번의 유명세의 그늘에 가린 듯도 싶고. 하지만 첼리비다케가 교향곡 3번부터 녹음을 남겼고 반트도 1, 2번은 쾰른과의 전집 이후 외면했지만 3번부터는 여러번 녹음을 한 것으로 보아 분명 2번보다는 주목을 받고 있는것 같다. 이 작품은 '바그너'교향곡이라고 불리운다. 물론 바그너에게 헌정했고 바그너 작품에서 인용했거나 바그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악장이 서정적이다 보니 생긴 문제인지 약간은 초점이 없어보였던 교향곡 2번에 비해 기승전결의 논리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인지 이전에 작곡된 4곡의 교향곡보다는 높은 인기를 누리는것 같다. 이 작품도 브루크너의 초기작이 늘 그렇듯이 초연에 우여곡절을 겪는다. 이 작품의 연주를 주선해 보겠다는 바그너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바그너가 빈필에 한번 연주해 보라는 말을 한 적은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바그너 인용부분을 잘라내고 다듬어 회심의 초연을 하려던 계획은 지휘를 맡기로한 헤르벡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암초에 부딪혔다. 결국 자신이 지휘를 직접했는데 곡을 잘 이해하는 것과 악단을 이끌고 곡을 만들어 내는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을수 밖에 없었다. 초연때 악장마다 청중이 사라져 4악장이 끝날 때는 20여명만이 남아있었고 대부분 브루크너를 비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 청중 중에 이 작품에 열광하는 몇 안되는 당시로는 독특한 취향의 소유자였던 젊은 <말러, (Mahler)>가 있었다는 것도 CD속지마다 나오는 이야기거리인 것 같다. 이 연주회때의 판본을 바그너에게 헌정한 원본과 구분하여 '2고'라고 하는 것 같다. 말러는 절대 개정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말년에 브루크너는 지휘자 레비가 교향곡 8번을 맘에 안든다고 하자 다른 작품들까지 대대적으로 손을 보는데 그 중에 이작품도 끼게되어 '3고'(3번째 개작 판본)를 만들게 된다. 제 1악장(Mehr langsam, Misterioso) 교향곡 0번의 제1주제를 바닥에 깔고 트럼펫으로 서주를 연주하면서 시작된다. 여기까지 오다보니 정말 조성까지 똑같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의 시작부분을 연상시킨다. 제1주제는 절규하는 듯 아니면 뭔가를 갈망하는 듯이 금관이 연주한다. 제2주제는 현으로 펼친 서정적인 주제이고 슈베르트를 연상시킨다는 말을 많이 하는 데 리듬때문인지 교향곡 4번의 주제를 떠올리게 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3주제는 오르간 소리를 연상시키는 금관의 코랄풍의 주제이다. 3주제가 끝날 때 쯤 교향곡 0번 1악장에서 잠깐 선보인 듯한 현을 배경으로 한 금관의 코랄이 나오면서 1주제를 변형한듯한 주제로 이어진다. 오르간의 소리가 울려퍼지는 듯한 1악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잠시 플륫과 현악기로 2번 교향곡의 1악장 1주제를 회상하고 서주가 재현되면서 재현부로 들어가고 1주제를 강렬하게 연주하며 1악장을 마친다. 제 2악장(Adagio, bewegt, quasi Andante) 슈만을 떠올리게 하는 서정적인 1주제로 시작한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머니 테레지아를 그려냈다고 설명한 애절한 2주제가 나오고 옛 크리스마스 노래에서 따왔다는 기도하듯 경건한 3주제가 나온다. 2악장의 클라이맥스는 바그너풍의 악상으로 구축되어 있다. 초고로 들을 때는 탄호이저를 연상시키지만 2고나 3고로 들으면 왠지 발퀴레에서 따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딘가에서는 로엔그린의 3막 합창에서 따왔다고 하고 어디서는 발퀴레의 '잠'의 동기에서 빌려왔다고 하는 데 두 부분을 모두 찾아서 들어봤으나 정확하게 간파하기 힘든 것 같다. 제 3악장 (Ziemlich schnell) 1번의 스케르초를 연상시키는 아주 격렬한 스케르초로 시작한다. 그리고 말러를 연상시키는 랜틀러가 이어진다. 둘다 3박자의 춤곡이지만 강한 대비를 보여준다. 3악장 스케르초의 코다가 2고와 3고를 구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2고까지 존재하던 코다를 3고에서는 삭제했고 그 후 작품에서는 스케르초에 코다를 쓰지 않는다. 코다가 있으면 왠지 4악장이 되기도 전에 곡이 끝나버리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단조로울 수 있는 스케르초에 활기를 주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기도 한다. 아직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외저판은 2고이기는 하지만 코다부분에 적힌 Nicht zu drucken(인쇄하지 말것)이라는 메모를 인정하여 코다가 없다고 한다. 제 4악장(Allegro) 늘 그렇듯이 브루크너의 4악장은 복잡다단하다. 빠른 움직임의 현을 바탕으로 지크프리트를 연상시키는 팡파르로 시작된다. 여기에 이어 폴카가 나오고 이전 악장의 주제들을 회상하기도 한다. 불이 환하게 켜있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집 옆으로 장례행렬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 악장의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도 있는 데 말러의 교향곡 6번의 4악장처럼 작은 오페라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가장 큰 차이는 이 작은 오페라는 말러와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1악장 제1주제를 화려한 팡파르의 코랄로 만들어 작품을 마무리한다.
Beethoven, Ludwig van (1770-1827 G.) Berliner Philharmoniker / Herbert von Karajan, Co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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