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9번 '이별과 죽음'
말러, 교향곡 9번 '이별과 죽음' Mahler Symphony no.9 D major Gustav Mahler 1860-1911 Concertf Concert Concert of Concert of 2011 International Mahler Festival in Leipzig at Gewandhaus Leipzig on 28th May 2011. Wiener Philharmoniker / Daniele Gatti
- '죽음과 정화'를 다룬 대작이며 1910년 4월 완성 1912년 6월 부르노 발터에 의해 초연 -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은 죽음에 관한 음악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자필악보에 남아있는 수수께끼 같은 메모 덕분이다. 1악장 267마디에는 “오! 젊음이여! 사라졌구나! 오 사랑이여! 가버렸구나!(O Jugendzeit! Entschwundene! O Liebe! Verwehte!”라는 글귀가 적혀 있고, 독주 바이올린의 멜로디가 나오는 434마디에는 “안녕! 안녕!(Leb'wol! Leb' wol!)”이라 적혀있다. 이별을 암시하는 말러의 메모로 인해 후대의 여러 음악가들은 말러의 [교향곡 9번]을 ‘죽음의 교향곡’으로 해석했다. 음악학자 파울 베커는 “이 교향곡에 표제가 있다면 아마도 ‘죽음이 내게 말하는 것’이 될 것”이라 말했으며, 지휘자 브루노 발터는 “이별(Der Abschied)야말로 제9번 교향곡의 제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열광적인 말러 팬이었던 윌리엄 리터는 이 교향곡의 의미를 “죽음과 정화”로 해석하면서 “이 작품에서 죽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가장 완벽한 표현과 그 감미로움을 발견하게 된다”고 말했다. 죽음에 대한 완벽한 표현과 그 감미로움 실제로 말러가 그의 [교향곡 제9번]의 작곡에 착수한 1909년 당시 그는 심각한 심장병으로 고통 받으며 그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당시의 말러는 베토벤과 브루크너, 드보르작 등, 몇몇 위대한 작곡가들이 9번째 교향곡을 작곡한 후 세상을 떠난 것을 의식하며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던 것 같다. 그는 앞서 작곡한 교향곡에 ‘제9번’이란 번호를 붙이지 않고 ‘대지의 노래’라는 타이틀로 대신해 ‘9’라는 불길한 수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교향곡 작곡에 착수하면서 그는 이 불길한 숫자를 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죽음에 대한 예감은 말러의 [교향곡 9번] 곳곳에 배어있다. 1악장에는 죽음에 대한 체념과 이별의 느낌을 암시하는 제1주제와 죽음에 대한 필사의 저항을 담은 제2주제가 극명하게 대비된다. 또한 부정맥을 나타내는 독특한 리듬 형이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강렬하게 연주되며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한다. 2악장에선 저승사자의 깡깡이 소리가 들려오는가 하면 3악장에는 삶을 조롱하듯 난폭한 푸가가 펼쳐진다. 4악장은 느린 아다지오의 찬송가 풍의 숭고한 음악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마치 죽어가듯 사라져간다. 이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의 서서히 꺼져가는 종결부와 매우 유사하다. 이렇듯 말러 [교향곡 9번]은 몰락과 죽음의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 작품을 새롭게 보는 이들도 있다. 음악학자 피터 브라운은 [교향곡 9번]의 메모에 나타난 ‘이별’은 ‘젊음과의 이별’이지 ‘삶과의 이별’이 아니라는 점을 주지시키며 [교향곡 1번 ‘거인’]과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장 파울의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된 [교향곡 1번]에는 젊은 날을 그린 활기찬 팡파르와 장례식 음악이 나타나는데, 이는 [교향곡 9번] 1악장과 유사하다. 또한 음악학자 스폰호이어는 말러의 [교향곡 9번]의 의미를 지나치게 죽음과 이별 쪽으로 몰고 가는 식의 해석은 “애매한 죽음의 신비주의”와 “지나치게 피상적이고 하찮은 형이상학”이라 비판하면서 이 교향곡이 “이별과 슬픔의 분위기가 깔려있는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거대하고 구조적이며 건축적인 힘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신음악의 첫 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말러의 [교향곡 9번]을 지나치게 죽음과 관련시킨 기존의 해석 때문에 이 교향곡이 얼마나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인지 간과하기 쉽다.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은 ‘전통적인 교향곡과의 이별’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별은 교향곡이라는 장르 자체를 해체하거나 기존 조성 체계를 붕괴시킬 정도의 완전한 결별은 아니지만 말러의 [교향곡 9번]에서 우리는 기존의 교향곡 형식과 기법들이 서서히 부패하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죽음과 삶 (Death and Life) /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 ‘죽어가는 교향곡’
말러의 [교향곡 제9번] 1악장의 도입부를 처음 듣는다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간단한 모티브와 음의 단편들이 그저 툭툭 던져지듯 나열되는 이 음악은 마치 점묘주의 회화와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여섯 마디의 도입부를 지나 제2바이올린에 의해 처음으로 제시되는 D장조의 주제 역시 기묘한 느낌을 주는 건 마찬가지다. 이 주제는 F#에서 E로 하행한 후 으뜸음인 D로 결코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E음에 머무르면서 강한 긴장감과 불안정한 느낌을 준다. 이 주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고별’]의 주제 선율과 화성이 유사해 ‘이별’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되고 있다. 2악장은 조금 느린 랜틀러(Ländler, 오스트리아 고지대에서 추던 춤곡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 말러 등의 작품에 자주 나타남)와 빠른 왈츠가 교대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전통적인 랜틀러와 왈츠의 3박자는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제스처로 표현되어 기존의 정형화된 춤곡 형식을 비웃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빠른 왈츠에서 타악기와 관악기가 거칠고 노골적으로 연주하는 ‘쿵작작’ 리듬은 우리가 ‘왈츠’에 대해 통상적으로 갖고 있는 우아하고 가벼운 춤곡의 이미지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시끄럽고 야만스럽기는 3악장도 만만치 않다. ‘풍자와 희화화, 그로테스크’를 뜻하는 ‘부를레스크’(Burleske)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음악은 풍자와 조소로 점철되어 있다. 여기에는 경음악을 연상시키는 단순한 선율과 복잡하고 정교한 푸가토(Fugato, 교향곡이나 협주곡 등 ‘푸가’라는 장르가 아닌 기악곡에서 푸가와 같은 방식으로 모방기법이 사용된 부분)가 교대로 나타나면서 마치 인생을 조롱하는 듯 과장되어 있다. 놀랍게도 이 악장의 후반에 현란한 대위법 속에 펼쳐지는 그 모든 조롱과 비웃음이 갑자기중단되고 더없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나타난다. 이때 트럼펫이 연주하는 고귀한 선율은 우리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이 황홀한 에피소드가 끝나갈 무렵에 갑자기 클라리넷이 트럼펫의 고귀한 주제를 비틀고 왜곡한다. 이 장면은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말러의 제자이자 지휘자인 멩겔베르크는 특히 이 부분에 주목해 “사탄” 또는 “공포의 찡그림”처럼 연주하라는 지시를 첨가하기도 했다. 4악장에 이르면 그 모든 풍자와 비웃음은 사라지고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며 정화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여기서는 1악장에서 으뜸음으로 해결되지 않은 불완전한 형태로 제시되었던 이별의 주제가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마치 찬송가와 같이 감동적으로 연주된다. 그러나 종결부에 이르면 다른 악기들은 연주를 멈추고 오로지 현악기만이 남아 말러가 악보에 적어놓은 ‘죽어가듯이’(ersterbend)라는 악상 지시어를 끊어질 듯 여린 소리로 구현해낸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말러의 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중 네 번째 곡 ‘아이들은 잠깐 외출했을 뿐이다’의 선율이 환영처럼 나타난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먼저 천국으로 떠났을 뿐이다. 우리도 곧 그 광명 넘치는 천국으로 아이들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다.” 말러는 그의 교향곡이 죽어가는 순간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장녀 마리아를 생각했던 것일까? 어린아이의 선율은 채 마무리되지 못하고 피아니시시모(ppp)의 여리고 긴 음의 여운이 우리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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