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작품 중 가장 독특한 유형의 교향곡
교향곡 6번은 브루크너의 교향곡들 중 전혀 다른 유형을 보인다. 교향곡 3번 이후의 브루크너 교향곡들은 연주시간 100분에 육박하는 대작들이 대부분이지만 교향곡 6번의 연주시간은 교향곡 5번보다 20여 분이나 단축되어 전 악장의 연주시간이 고작 1시간 남짓이다. 달라진 것은 작품의 길이뿐만이 아니다. 도입부를 들어보면 브루크너의 교향곡이라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 대신 전신 부호 같은 기묘한 리듬이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1악장이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높은 c#음에서 톡톡 튀는 듯한 리듬을 반복해 연주한다. ▶브루크너가 생애 대부분을 봉직했던 성 플로리안 성당.
잠시 후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이 리듬에 맞추어 제1주제를 연주하지만 그 선율은 A음을 중심 음으로 하는 프리지아 선법에 따른 것으로 매우 고풍스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1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곡의 중심 조성인 A장조를 강하게 확립하기는커녕 오히려 애매모호하게 희석시키며 불안정하게 표류한다. 이런 개시 방법은 전형적인 브루크너 교향곡의 도입부와는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이국적인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말러가 그의 교향곡 4번에서 갑작스럽게 간결하고 고전적인 음악을 추구했듯, 브루크너 역시 교향곡 6번에서 영웅적인 제스처를 자제하고 그 표현도 좀 더 절제했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이 각 2대씩 편성되고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1에 현악5부가 있는 전형적인 2관 편성으로, 브루크너의 후기 교향곡에 비해 결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교향곡은 브루크너 교향곡답지 않은 특이한 점 때문에 연주자들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따르는 작품이기도 하다. 브루크너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는 대개 강한 집중력과 스태미나가 필요하지만 현란한 개인기가 요구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교향곡 6번은 매우 급격하고 특이한 화성 진행을 보이는데다 리듬 분할이 독특하여 집중력과 스태미나뿐 아니라 특별한 음향감각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에게는 이 작품 특유의 독특한 인토네이션을 부각시킬 수 있는 특별한 감각이 요구된다. 아마도 이 모든 점들이 브루크너가 사랑한 교향곡 6번이 널리 인정받기까지 장해물로 작용했으리라.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국내에서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이 종종 연주되면서 이 작품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