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기사장의 석상 장면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운데 〈피가로의 결혼〉, 〈마술피리〉와 함께 3대 오페라에 꼽히는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탁월한 음악성이 녹아있는 작품으로 유쾌한 음악과 더불어 극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오페라이다. 이 작품은 2막의 피날레인 ‘기사장의 석상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으로 시작되는데, 마지막에 석상으로 등장하는 기사장은 이 오페라가 작곡된 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줄거리와 주요 음악 1막 웅장하고 긴박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서곡은 빠르고 밝은 분위기로 전환된다. 긴 망토를 입은 레포렐로는 언제나 그렇듯이 주위를 살피고 있다. 돈나 안나의 집에 몰래 들어간 주인 돈 조반니가 주변을 지키라고 지시한 것이다. 수많은 여인을 유혹하고 다니는 주인을 위해 매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레포렐로는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집에서 나온 돈나 안나의 아버지 코멘다토레는 딸과 집안을 모욕한 이 남자에게 결투신청을 하고, 마지못해 결투에 응한 조반니는 코멘다토레를 쓰러뜨리고 만다. 아버지를 잃은 돈나 안나는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약혼자 돈 오타비오도 함께 복수를 결심한다.
또 다른 여인의 등장. 이 여인은 돈 조반니의 거짓 사랑에 속았던 여인 돈나 엘비라이다. 돈 조반니는 이전에 만났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그녀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돈나 엘비라를 기억해내고는 레포렐로에게 맡기고 달아난다. 돈 조반니의 이야기를 레포렐로에게 들은 돈나 엘비라는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 역시도 돈 조반니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어서 세 번째 여인의 등장. 체를리나는 오늘밤 마제토와 결혼하기로 한 어여쁜 시골여인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돈 조반니는 자신의 저택에 초대해 초콜릿과 커피, 차, 술을 대접하겠다고 제안하지만, 돈 조반니의 흑심을 알아차린 마제토는 화를 낸다. 그러자 돈 조반니는 마제토에게 칼을 보여주며 그를 위협하고, 망설이던 체를리나 역시 돈 조반니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그런데 돈 조반니의 집으로 가는 길목에 돈나 엘비라가 서 있었다. 그녀는 체를리나에게 돈 조반니의 실체를 알려주고는, 그에게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이어서 등장하는 돈나 안나와 돈 오타비오는 돈 조반니에게 함께 복수하자고 제안하지만, 돈나 엘비라와 함께 이야기하던 돈나 안나는 돈 조반니가 바로 그녀의 원수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는 이미 도망친 후였다. 약혼자에게 돌아온 체를리나는 화가 난 마제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노래한다. 하지만 마제토가 기분이 좋아졌을 때 또다시 돈 조반니가 나타나 마제토를 화나게 하고, 돈 조반니는 체를리나를 데리고 간다. 숨어있던 마제토가 두 사람을 당황하게 하고,
때마침 돈나 안나와 돈나 엘비라, 돈 오타비오가 등장한다. 이들은 돈 조반니의 잘못을 밝히기 위해 가면을 쓰고 나타났지만, 돈 조반니는 이들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저택으로 초대한다. 이제 돈 조반니는 자신의 저택에서 체를리나를 유혹한다. 약혼녀를 주시하고 있는 마제토는 레포렐로에게 맡겨두고, 체를리나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것이다. 이어서 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돈 조반니는 레포렐로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모두 돈 조반니가 꾸민 연극이었음을...
2막 레포렐로가 이번에는 단단히 화가 났다. 주인이 자신을 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몰아세운 것에 적잖이 화가 났다. 그러자 돈 조반니는 하인의 손에 금화를 쥐어주고, 레포렐로에게 또 다른 일을 준다. 이번에는 두 사람이 서로 옷을 바꿔 입는 계획. 돈 조반니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던 돈나 엘비라는 창가에서 그녀를 부르는 돈 조반니의 칸초네타를 듣고 기꺼이 내려온다. 물론 그녀를 찾아온 남자는 주인의 옷을 입고 있는 레포렐로였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를 믿어보기로 하고, 돈 조반니로 분장한 레포렐로는 그녀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그 때 마제토와 마을 사람들이 나타나자, 레포렐로의 옷을 입은 돈 조반니는 마제토만 남겨두고 다른 곳으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그리고는 마제토를 손보며 자신을 방해했던 분을 풀었다. 마제토의 신음소리를 듣고 나타난 체를리나는 그를 정성껏 보살펴준다.
다시 돈나 안나의 집 앞. 돈 오타비오는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돈나 안나를 위로하고 있다. 돈나 엘비라와 함께 이곳까지 온 레포렐로는 그녀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도망가려고 하지만 어느새 마제토와 체를리나에게 발각되고, 돈나 엘비라는 그를 살려달라고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죽음을 앞둔 레포렐로는 자신이 돈 조반니가 아님을 밝히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돈 조반니를 죽이려 했던 사람들은 그가 레포렐로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를 풀어준다. 간신히 목숨을 건진 레포렐로는 도망친다.
이제 무대는 기마상이 있는 교회의 묘지. 깊은 밤, 묘지 앞에서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돈 조반니는 자신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긴 레포렐로 앞에서 또다시 여자 이야기를 꺼내며 큰소리로 웃는다. 그때 기사장의 석상에서 근엄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침 해가 뜨기 전, 너의 웃음소리 또한 잠잠해지리라.” 레포렐로는 겁에 질려 있지만, 태연한 돈 조반니는 하인에게 비명(碑銘)을 읽어보라고 한다. 거기에는 “사악한 살인에 복수하기 위해 여기서 기다리고 있노라.”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자 돈 조반니는 오늘밤 식사에 기사장을 초대하라고 전한다. 기사장은 머리를 끄덕이며 초대에 응하고, 두 사람은 저택으로 돌아간다.
돈 조반니의 저택에는 만찬이 준비되어 있다. 묘지를 다녀온 뒤인데도 돈 조반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식사를 하고, 레포렐로는 시중을 드는 사이를 틈타 맛있는 요리를 몰래 먹고 있다.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의 장난이 계속되고, 돈 조반니를 찾은 돈나 엘비라는 그에게 회개하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끝까지 뉘우치기를 거부한 돈 조반니는 계속해서 식사를 한다. 그런데 저택에서 나가려던 돈나 엘비라가 비명을 지른다. 기사장의 석상이 정말로 나타난 것이다. 창백한 얼굴에 하얀 모습으로 나타난 기사장은 문을 두드리면서, “그대가 나를 식사에 초대하여 이렇게 왔다”고 외친다.
돈 조반니는 차분한 표정으로 그에게 식사를 권하지만, 기사장은 하늘에서 왔기 때문에 인간의 음식은 먹지 않는다며 거절한다. 그리고는 자신도 돈 조반니를 초대하겠다고 말하며, 마지막 참회를 권한다. 하지만 두려움을 알지 못하는 돈 조반니는 그것을 거부한다. 그러자 밑에서 불꽃이 일어나며 불길에서 복수의 여신들이 나타난다. 끝까지 뉘우치기를 거부했던 돈 조반니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땅 밑으로 사라지고 만다.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 돈 조반니는 그렇게 죗값을 치르게 되었다.
-돈 조반니의 마지막 장면-
‘카탈로그의 노래(Madamina, il catalogo è questo)’ 돈 조반니의 거짓 사랑에 속았던 돈나 엘비라가 그를 쫓으려 하자, 레포렐로가 부르는 노래이다. “어느 마을, 어느 도시, 어느 나라건 나리께서 사랑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나리께서 정복하신 여인들의 카탈로그, 제가 정성들여 정리해 놓았죠. 이탈리아에서는 640명, 독일에서는 231명, 프랑스에서는 100명, 터키에서는 91명...”이라며, 돈 조반니가 만난 수많은 여인을 노래하는 레포렐로의 아리아이다. ‘우리 두 손을 맞잡고(Là ci darem la mano)’ 돈 조반니가 결혼을 앞둔 시골처녀 체를리나를 유혹하며 함께 부르는 이중창이다. ‘오 사랑하는 이여, 창가로 와주오(Deh, vieni alla finestra)’ 어두운 밤, 돈 조반니가 돈나 엘비라의 창가에서 만돌린을 연주하며 부르는 2막의 세레나데이다.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랑하는 이여, 내가 그대에게 준 약이(Vedrai, carino, se se buonino)’ 돈 조반니에게 당한 마제토를 보살펴주는 체를리나의 아리아이다. 마제토를 향한 체를리나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다정한 노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