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리 가 곡

[스크랩] 돌속의 새 (금시아 詩, 강전일 曲)

P a o l o 2018. 3. 27. 20:27

돌 속의 새


금시아 詩

돌 속의 새



돌을 주웠지
새의 한 쪽 발이 빠져있는,

돌은 두근거렸겠지
새의 한 쪽 발을 얻었으니
심장은 파드득 날아갈 꿈을 꾸었을 거야
돌이 물렁하던 시절에
발을 하나 놓고 간 새는
절뚝거리며 어디쯤 날고 있을까

저 새의 한 쪽 발은
잃어버린 나의 한쪽 꿈은 아닐까
두근두근 꾸었던 그 꿈 어디쯤에서 나는
날개 하나 잃고 절름발이 새일까
돌 속의 차가운 새 발자국
뾰족한 잠을 자고 있구나

돌을 주웠지
누군가의 비밀 한 조각 같은,




돌 속의 새

(*《미네르바》2017년 봄호 게재)


돌을 주웠다 새의 한쪽 발이 빠져있는,

새의 한쪽 발을 얻었으니 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심장은 파드득 날아갈 꿈을 꾸었을 것이다

분명 돌이 물렁물렁하던 시절이었을 테지

발을 하나 놓고 간 새는

절뚝거리며 어디쯤 날고 있겠다


새의 한쪽 발은 무심코 길에서 차버렸던

풀숲에서 뱀을 향해 던져 버렸던

아니면, 하릴없이 물속에 던져 잃어버린

나의 한쪽 신발이 아닐까

두근두근 꾸었던 나의 꿈


그 꿈 어디쯤에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나는 절름발이 새일까

새도 죽을 때는 돌처럼 부서지겠지

돌이 쩍 하고 갈라진다면

저 발은 날개를 달고 비상하겠지


돌을 닦는다

돌 틈 어디에서 외발을 씻거나

공중을 절뚝거릴 새의 발을 닦는다

돌 속의 새 발자국,

생략된 비밀들이 참 뾰죽뾰죽하다.


* 금시아 / 본명 김인숙(1961년~) 2014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 시집『툭,의 녹취록』


강전일 曲 - Sop.권예은 (pf.정성훈) 2017화천비목콩쿨-제11회 창작가곡부문 1위 돌속의 새



출처 : 아트힐
글쓴이 : BigMouth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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