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이중 협주곡’
Brahms : Double Concerto/Anne-Sophie Mutter, Maximilian Hornung 브람스 ‘이중 협주곡’ Johannes Brahms 1833-1897 흔히 약칭해서 ‘이중 협주곡’(Double Concerto)으로 불리는 브람스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은 브람스의 마지막 협주곡이자 마지막 관현악곡이다. 브람스가 이 사실을 얼마나 의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브람스의 나이 54세였고 그에게는 아직 10년의 삶이 남아 있었다. 이 작품은 여러 모로 그 의의에 걸맞은 내용을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브람스가 추구했던 ‘교향적 협주곡’ 양식의 근원을 가리키고 있으며, 동시에 열정적이면서도 차분하고, 치밀하면서도 중후한 울림을 지닌 그의 독자적인 관현악 세계의 한 극점을 비춰준다. 다시 말해 이 협주곡에는 브람스가 그때까지 쌓아 왔던 작곡 경험이 총체적으로 집약되어 있다고 하겠다. 아울러 그 이면에는 요아힘과의 우정에 얽힌 함의도 있는 듯하다.3-1897 우정과 화해의 협주곡 브람스는 이 협주곡을 1887년 여름 스위스의 툰(Thun)에서 작곡했다. 베른에서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이 작은 도시는 드넓은 툰 호수에 면해 있으며 주위에는 베르네제 오버란트의 영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브람스는 1886년부터 1888년까지 여름 시즌을 이 고장에서 보내면서 주위의 장엄하고 수려한 풍광에 어울리는 작품을 썼는데, 이 협주곡에 펼쳐져 있는 웅대한 악상 역시 그러한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협주곡은 애초에 그의 다섯 번째 교향곡으로 구성되었지만, 결국 바이올린과 첼로, 두 대의 독주 악기를 기용한 협주곡으로 완성되었다. 브람스가 중도에 계획을 변경한 데에는 아마 전년도에 역시 툰에 머물면서 첼로 소나타 2번, 바이올린 소나타 2번, 피아노 3중주 3번 등을 작곡했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 협주곡은 고전파 시대의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또는 바로크 시대의 ‘합주 협주곡’(Concerto Grosso)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그 변경이 한동안 소원했던 친구 요아힘과의 우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루어졌을 개연성도 다분하다. 그렇다면 브람스와 요아힘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880년 가을, 브람스는 친구 요아힘의 부부싸움에 말려든다. 요아힘의 부인은 아말리에 바이스라는 매력적인 가수였는데, 그 무렵 요아힘이 아내를 의심한 나머지 간통죄로 법정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친구의 질투심 많은 성격을 잘 아는 브람스는 그 고소의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아말리에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서 그녀를 위로했는데, 공교롭게도 아말리에가 그 편지를 법정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당연히 요아힘은 큰 상처를 받았고 브람스에게 절교를 선언했다. 브람스는 안타까웠다. 아말리에에게 편지를 보낸 것은 그것이 바로 요아힘과의 참다운 우정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요아힘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요아힘도 브람스를 이해하게 되었지만, 한번 틀어진 사이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운 법, 어떤 계기가 필요했다. 스위스의 툰 호숫가. 브람스는 이곳에서 ‘이중 협주곡’(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을 작곡했다. 1악장: 알레그로 A단조, 4/4박자. 이 악장의 개시부는 인상적인데, 특히 형식면에서 이례적인 모습이 돋보인다. 즉 통렬한 관현악의 총주로 시작된 직후 두 독주악기가 주도하는 카덴차 등의 부분이 상당히 길게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물론 베토벤이 피아노 협주곡 4번과 5번에서 선보였고 브람스 자신도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시도했던 기법이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더욱 발전시켜 거의 서주에 준하는 수준으로 확장해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시부는 이 카덴차 풍의 서주가 지나간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제1주제는 첫머리에 총주로 나타났던 동기를 확장시킨 것으로 강렬하고 웅대한 느낌을 주며, 바이올린과 목관이 제시하는 제2주제는 보다 경쾌하고 여유로운 인상이다. 그런데 이 제2주제는 브람스와 요아힘이 젊은 시절에 함께 즐겨 연주했던 비오티의 A단조 협주곡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작품의 곡에는 두 사람의 오랜 우정의 모토에서 착안한 ‘F-A-E’(Frei, aber, einsam: 자유롭다, 그러나 고독하다) 동기가 변형되어 녹아 있기도 하다. 2악장: 안단테 D장조, 3/4박자. 호른이 그윽한 울림을 꺼내놓으면 목관이 메아리처럼 응답하는 시작 부분은 이 곡이 작곡된 알프스의 풍광을 환기시킨다. 그 수려하고 한가로운 경치 속에서 두 독주악기가 나누는 대화는 은근하면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며, 정점에 다다르면 한껏 고양된 감흥을 분출한다. 3악장: 비바체 논 트로포 A단조, 2/4박자. 이 춤추는 듯한 론도 악장에서 관현악만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전체 340여 마디 가운데 60여 마디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의 짜임새는 매우 섬세하고 치밀하여 관현악과 각 독주 악기 사이에 철저한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투입된 악상의 종류도 다채롭고 그 전개도 흥미진진하고 절묘하기에, 그야말로 브람스의 관현악곡의 대미에 어울리는 멋진 피날레라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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