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ra Ora전곡

[스크랩] 레온카발로 / 오페라 `팔리아치`(Leoncavallo, Pagliacci)

P a o l o 2017. 11. 2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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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cavallo, Pagliacci

레온카발로 / 오페라 '팔리아치'

Ruggero Leoncavallo 1858-1919

 
 
 

베리스모 오페라의 걸작

오페라 <팔리아치>는 프롤로그와 2막으로 구성된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대표작으로, 유랑극단 단장이 질투심으로 현실과 극을 구분하지 못하고 아내를 죽이고 만다는 내용을 담은 베리스모 오페라의 걸작이다. 1890년 이탈리아의 손초뇨 출판사가 1막짜리 오페라 경연대회를 개최하였다. 레온카발로는 <팔리아치>로 이 대회에 응모하였으나 2막이었기 때문에 참가를 거부당하였다. 대회의 우승은 마스카니의 베리스모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에 돌아갔고, 이 오페라가 대성공을 거두자 이에 자극을 받은 레온카발로는 낭만주의 스타일 대본을 베리스모 스타일로 바꾸었다. 베리스모(verismo)란 진실, 사실을 뜻하는 ‘베로’(vero)에서 비롯된 명칭으로, 실제의 삶 속에서 얻은 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 보이고자 19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한 문학-예술 조류이다. 손초뇨(Sonzogno) 출판사에서 간행한 <팔리아치>의 첫 악보 표지.

레온카발로는 새로 고친 <팔리아치>를 무대에 올리고자 백방으로 손을 썼고, 당시 유명한 프랑스의 오페라 가수 빅토르 모렐의 적극 후원을 받아 1892년 5월 21일 밀라노의 달 베르메 극장에서 초연될 수 있었다. 이때 젊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가 지휘를 맡았다. 초연 뒤 평론가 리뷰는 평이 갈렸으나 대중들은 즉각 이 오페라에 열광했고 이듬해에는 영국과 미국 무대에 진출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초연 이듬해부터 <팔리아치>는 이른바 ‘카브/파그’(Cav/Pag)라고 하여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더블 빌’(double bill, 2편 동시 또는 연속 공연)이 관례화되어 오고 있다. 1907년 음반 역사상 처음으로 전편을 녹음한 작품이자 1931년 영화로도 처음 만들어진 오페라이기도 하다.

 


표절 논란에 휩싸이다

오페라의 인기가 높아지자 대본이 표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894년 프랑스의 작가 멘데스는 <팔리아치>가 자기가 1874년에 쓴 희곡 <어릿광대의 여인>과 비슷하다고 레온카발로를 고소했다. 극중극(극 속에서 이루어지는 또 하나의 극) 형식과 광대가 자기 아내를 죽이는 스토리가 꼭 닮았다는 것이었다. 레온카발로는 반박했다. <팔리아치>의 스토리는 1865년에 자기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희생자는 자기 집안의 하녀였으며 세 명이 공모해 살인을 저질렀는데, 판사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사건을 조사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멘데스는 고소를 취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마테오 산소네라는 학자가 또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 문화에 심취했던 레온카발로가 1882년에서 1886년까지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프랑스의 문학-예술 작품을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멘데스의 <어릿광대의 여인>은 다른 작가가 각색한 희곡이 또 있었고 오페라로 작곡된 것도 나와 있었다. 산소네는 레온카발로가 자신의 작품과 이들 여러 작품과의 연관성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혐의가 짙다고 상세하게 밝힌 글을 발표했던 것이다. 음악계에서는 대체로 산소네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편이다. 레온카발로는 이 오페라로만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그는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인용하고 모방하였다. 훗날 그는 오페라 작곡을 공식적으로 포기하는 선언을 한다. 당대에 인기 절정이었던 바리톤 오페라 가수 빅토르 모렐(Victor Maurel, 1848-1923).

레온카발로는 이 오페라 대본을 쓸 때 제목을 원래 ‘Il Pagliaccio’(팔리아초: 원래 유랑극단의 배우를 가리켰으나 어릿광대라는 의미가 덧붙었다)라 정했으나 빅토르 모렐의 권유에 따라 ‘Pagliacci’(팔리아치)로 바꾸었다고 한다. 레온카발로는 카니오 역에 비중을 두고 단수 ‘팔리아초’라고 정한 것인데, 초연에서 토니오 역을 맡은 모렐이 극적 효과를 높이려면 복수 ‘팔리아치’라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덧붙여, 국내외에서 제목 ‘Pagliacci’를 ‘I Pagliacci’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왕왕 눈에 띄는데 이는 잘못이다.

 

 

 

Nedda: Kristin Lewis

Canio: Carl Tanner

Tonio: Dario Solari

Beppe: Francesco Marsiglia

Silvio: Simone Piazzola

Director: Donato Renzetti

Coro e Orchestra del Teatro di San Carlo

Teatro di San Carlo 2011

이전 어느 공연에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하게 각색한 공연입니다. 프렐류드 도입부부터 오케스트라의 전주곡이 나오기 전 피아노 독주에 맞추어 곡예를 보여주는 장면을 따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2막 앞부분에서 이러한 장면이 상당 시간 연출되는데, 이 작품이 유랑극단을 소재로 삼은 데에 따른 연출자의 의도적 배려인 듯합니다.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한 공연 리뷰 그대로 무척 흥미를 끕니다.

게다가 아리아 ‘새의 노래’를 부르는 대목에서 여성 무용수를 새로 형상화하여 공중에서 곡예를 펼치는 장면 같은 것은 상상을 뛰어넘는 연출입니다. 무대장치와 소도구가 과감히 생략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의 동작도 절제되어 있습니다. 연극무대에서와 같은 조명효과도 남다릅니다. 오페라 가수들의 가창력이 뛰어나고 합창이 좋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종막 뒤 무대인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지는 박수와 환호! 저도 컴퓨터 앞에서 박수를 쳤습니다.

^^ 함 꼭 관람하시라 강추합니다!~

 

 

프롤로그

막이 오르기에 앞서 전주곡이 연주된다. 이 오페라의 비극적인 내용을 암시하는 곡이다. 토니오가 홀로 등장해 ‘허락하신다면, 허락하신다면, 신사숙녀 여러분!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Si puo? Si puo? Signore! Signori!...’라고 인사한 뒤 ‘저는 프롤로그입니다’라고 운을 떼면서 관객들에게 오페라를 소개한다. ‘이제 곧 사랑하고 미워하는 인간들의 비극을 볼 것이며 가슴 아픈 고통과 운명의 조소를 볼 것이다. 광대들 또한 살과 피를 가진 현실 속의 사람과 똑같다’라는 내용이다.

 

 

제1막

장면 1

8월 15일 성모승천대축일이다. 축제 의상으로 성장한 마을사람들이 즐거워하며 거리를 몰려다닌다. 유랑극단의 마차가 마을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반가이 맞이하며 흥겨운 합창을 부른다. 마차에서 여배우 네다가 손을 흔들며 애교를 떤다. 네다는 유랑극단의 단장인 카니오의 아내이다. 카니오는 북을 둥둥 치면서 마을사람들에게 저녁에 연극이 시작되니 와서 구경하라고 알린다. 토니오가 마차에서 내리는 네다를 손을 내밀어 도와주려 하자 이를 본 카니오가 밀어 넘어뜨리고 마을사람들은 꼽추 토니오를 조롱한다.

술집으로 향하던 카니오에게 한 마을사람이 토니오가 함께 가지 않는 것은 네다에게 수작을 걸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귀띔한다. 카니오는 ‘그런 농담일랑 내게 하지 마세요 Un tal gioco, credetemi’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다가 만약 네다에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가만있지 않겠노라고 한다. 이때 저녁기도를 알리는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고 마을사람들은 ‘딩동, 저녁기도 종소리가 울리네 Din don, suona vespero’라는 가사의 ‘종의 합창’을 부르며 성당으로 향한다.

 

장면 2

장면이 바뀌고 홀로 남은 네다의 표정이 어둡다. 남편 카니오가 자신의 비밀을 알아챌까 두려운 것이다. 그러다가 하늘을 쳐다보며 ‘새들은 하늘에서 노래를 부르네 Oh! che volo d'augelli’로 시작되는 아리아 ‘새의 노래’를 쾌활하게 부른다. 네다의 노래를 몰래 듣다 모습을 드러낸 토니오. 그는 네다를 향한 열렬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사랑을 고백한다. 네다는 그런 토니오를 희롱하지만 그는 자신의 심정을 계속 늘어놓는다. 급기야 토니오가 네다를 추행하려 하자 그녀는 채찍을 휘둘러 그를 쫓아버린다. 토니오는 복수를 다짐하며 물러난다.

이때 네다의 애인인 마을 청년 실비오가 나타난다. 그는 지난 날 불태웠던 열정을 돌이키면서 네다에게 공연이 끝나면 함께 도망가자고 한다. 네다는 실비오의 간청에 마음이 움직여 함께 도망치기로 약속한다. 두 사람은 포옹과 키스를 나누며 ‘말해주세요. 떠날 거라면 왜 나를 유혹했나요? E allor perché, di', tu m'hai stregato’라는 감동적인 사랑의 2중창을 부른다.

두 사람의 애정행각을 훔쳐보던 토니오는 단장 카니오를 데려와 밀회 현장을 보여준다. 격분한 카니오가 두 사람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지르자 실비오는 잽싸게 달아나버린다. 실비오를 뒤쫓다 놓친 카니오는 되돌아와 그자가 누구냐고 네다를 다그친다. 그녀가 끝끝내 대답을 거부하자 카니오는 칼을 빼들고 그녀에게 달려든다. 페페가 뛰어들어 카니오를 제지하고 토니오는 그를 진정시킨다. 사람들이 성당에서 나와 공연을 보러 오고 있으니 준비를 서둘라고 하자 카니오는 드라마틱한 아리아로 유명한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를 부른다.

  연극을 한다!

  격분에 정신이 없어

  할 말과 할 몸짓 모두 잊었네!

  그래도 연극은 해야 하지!

  아! 이게 사람이냐?

  넌 광대일 뿐!

  의상을 입어라. 그리고 분장을 하라.

  사람들은 돈을 내고 웃으러 온다.

  아를레키노가 콜롬비나를 네게서 빼앗아 가더라도

  웃어라 광대여... 모두들 박수를 친다!

  괴로워 슬픔이 복받치면 광대의 몸짓으로 바꾸어라.,.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면 찡그린 얼굴로 바꾸어라...

  웃어라 광대여, 깨진 너의 사랑 때문에라도!

  웃어라,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제2막

(간주곡 Intermezzo)

유랑극단 단원들이 공연할 가설극장을 설치하는 가운데 토니오가 커다란 북을 쳐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무대는 마을사람들의 기대로 술렁인다. 이윽고 가설극장의 막이 오르고 공연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극 속에서 극이 진행되는 극중극이다. 그러니까 오페라 가수들은 1막에서는 현실의 인물 역할로, 2막에서는 극 속의 배우 역할로 출연하는 것이다.

남편 팔리아초(카니오 분)는 외출하고 콜롬비나(네다 분)는 하인 타데오(토니오 분)를 기다린다. 창 밖에서 콜롬비나의 애인 아를레키노(페페 분)가 구애의 세레나데를 부른다. 심부름 갔던 타데오가 닭고기를 사들고 돌아와 콜롬비나에게 추근거리며 사랑을 고백하다가 무안을 당한다. 때마침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은 아를레키노가 들어와 타데오를 내쫓는다. 콜롬비나와 아를레키노는 포도주를 마시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아를레키노는 수면제를 가져왔다며 팔리아초를 잠재우고 함께 야반도주를 하자고 하는데 갑자기 타데오가 뛰어들면서 ‘팔리아초가 오고 있다 Attenti! Pagliaccio è là’고 소리친 뒤 먼저 도망간다. 뒤이어 도망가는 아를레키노를 향해 콜롬비나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을 던진다.

이 장면에서부터 극과 현실의 분간이 없어진다. 현실 카니오가 극중 팔리아초로, 다시 팔리아초가 카니오로 바뀌고 또 현실 네다가 극중 콜롬비나로, 다시 콜롬비나가 네다로 바뀐다. 팔리아초가 콜롬비나에게 누구와 있었느냐고 다그치나 그녀는 ‘팔리아초’라고 농담으로 대꾸한다. 이에 팔리아초는 모자를 벗어 팽개치며 ‘나는 팔리아초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라는 극적인 아리아를 부른다. 마을사람들은 ‘눈물 나게 하는구먼! 연기가 진짜 같아!’라고 탄성을 올린다. 이어 절규하듯 노래를 마저 마친 팔리아초에게 마을사람들은 ‘브라보!’라고 외친다. 극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현실에서 똑같이 겪은 카니오가 팔리아초 역을 통해 격분을 표출하는 속사정을 마을사람들이 알 리 없다. 팔리아초가 거듭 애인의 이름을 대라고 다그치자 콜롬비나는 아를레키노라고 대답한다. 극중 콜롬비나의 대사를 네다가 자기를 모욕하는 것으로 여긴 카니오는 분노 끝에 네다를 칼로 찌르고 만다. 네다의 애인 실비오가 달려 나오자 카니오는 그의 가슴에도 칼을 꽂는다. 마을사람들이 혼비백산하는 가운데 카니오가 ‘연극은 끝났다 La commedia è finita!’고 외친다. 막이 내린다.

 

 

 


 




출처 : 관악산의 추억(e8853)
글쓴이 : 이종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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