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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깨져버린 맹세

P a o l o 2006. 6. 10. 15:58

슬플 때 창 밖의 햇살을 보세요

눈물이 더욱 납니다..

 

슬플 때 햇살 속을 걸어보세요

햇살은 우리의 슬픔을 선명히 드러냅니다

 

그림 속의 여인도 지금 그렇습니다

그녀는 차라리 햇살 앞에서 눈을 감습니다

자신의 이 슬픔을 눈을 뜨고 감당하기에

그녀는 너무나 연약한 여자인 것입니다.

 

그림을 보세요

담장 안에 쓰러질듯 서있는 여자는

자신의 놀래버린 심장을 움켜잡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여자는 무엇을 본 것일까요

 

여자는 바로 담장 밖에서 자신의 연인이

모자 쓴 금발의 여자에게 꽃을 주며

희롱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 전 남자가 자신에게 속삭였던 사랑의 밀어가

이토록 아무에게나 속삭여대는 천박하고도 흔해빠진

희롱의 말이었을 줄 여자는 정말 몰랐습니다..

 

그녀는 연인에게 기만당했습니다

사랑의 맹세는 깨어져 버렸고,

그녀의 손가락 위에서 빛나는 약속의 반지는

장난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여자의 오른쪽 발밑에 피어있는 시들어버린 아이리스까지

'우리의 사랑은 여기에서 끝났다'고 암시합니다.

아이리스의 꽃말은 '잃어버린 사랑', '말없는 슬픔'입니다

 

필립 캘더른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한 화가입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남자)들은 '남자에게서 버림받은 여성'이라는

신파조의 멜로드라마적 주제를 표현한 그림을 좋아했는데,

캘더른의 이 그림은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서

판화로 제작되어 삽화로까지 쓰이기까지 했답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들은 철처한 남자의 보호 아래 살았습니다

말이 좋아서 '보호'이지 거의 남자의 '재산'나 마찬가지였던 여성은

미혼시절에는 아버지에게, 기혼상태에서는 남편에게  종속되어

자기 주장과 권리를 누리지 못한채 살아야했습니다.

 

그러나 기혼 여성들과는 달리 기혼 남성들은 성적인 자유를

은근히 즐기며 살았었는데, 설령 아내가 이를 알아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정이 없는 시대였었습니다.

 

그러니까 캘더른이 그린 이 그림 속의 여성도

약혼자에게 어떠한 법적 책임도 묻지 못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연약한 여성일 뿐입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세요

이 그림을 보면서 가해자인 남성의 입장에서

피해자인 여성에게 던지는 은근한 동정의  눈길엔

남자들의 새도 - 매저키즘이 얼마나 복합되어 들어있을지를..

 

[펌한글]

음악 마음을 열어-, Irish Medley

출처 : 아트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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