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휘 [conduct]

[스크랩] 성가대 지휘자에게 주는 도움말(강수근신부님글 펌)

P a o l o 2005. 6. 15. 14:56

성가대 지휘자에게 주는 도움말


이 글은 최근 지휘를 맡게 된 어느 자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보낸 메일을 수정한 것입니다. 모든 지휘자들이 이미 잘 숙지하고 있는 내용들일 테지만, 그래도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여기 올려놓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성가대 지휘자들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자신을 수련해 나가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신앙과 기도의 중요성 : 무엇보다도 먼저 성가대 지휘자에게는 투철한 신앙과 이를 계속 밑받침하고 키워나갈 기도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성가대 지휘자는 여느 음악과는 다른 성가를 지휘하기 때문입니다. 성가는 바로 기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앙이 있어야만 이 기도를 깊이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휘자는 기도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기 신앙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성가대 전체의 성화를 위해서 늘 기도하고 있어야 합니다. 즉, 그는 하느님의 현존을 가까이 느끼며 사는 사람이어야 하고, 자신이 느끼는 그 하느님을 성가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신앙인 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인간적인 일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는 것임을 항상 명철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2. 전례와 성가에 대한 공부 : 성가대 지휘자는 누구보다도 전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바로 전례에 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례의 각 부분에 대한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이 지휘하는 성가가 그 전례 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인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전례와 성가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미사에 관한 책을 최소한 한권(가톨릭 서점에 가면 미사를 소개하는 책이 참 많습니다) 정도는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례시기와 성 음악 규정에 대한 공부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때그때 전례에 맞는 성가들, 그리고 전례 정신에 부합한 곡들을 선곡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교회신문이나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많은 자료들을 제공하므로 마음만 있으면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 꾸준히 공부를 하여 지식을 터득하고, 성가를 지도할 때, 적절히 그 지식들을 성가대원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3. 사랑과 겸손의 덕 : 성가대 지휘자는 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성가대원들을 마음으로 부터 깊이 사랑하는  덕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대원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성가를 가르칠 때 항상 존칭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구 해서 마구 짜증을 부리면 안 됩니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므로 인내롭게 반복해서 가르쳐야 하고, 연습 중에도 각 사람을 챙길 줄 알아야 합니다. 자칫 소외되거나 상처 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특히 자신 없어 하는 사람에게는 더 특별한 관심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야단치기 보다는 격려하는 것이 대원들의 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목이 중요하므로 지도 신부님과 임원들 간에 마음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뜻만 주장하고 그것을 고수하기 보다는 단체의 상황과 형편을 보아서 양보하고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성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마음으로 지휘자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될 때, 그리고 이 지휘자 밑에서 성가를 부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느끼게 될 때, 그 성가는 아름다운 기도로 신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이루어지려면 지휘자 자신이 먼저 대원들을 사랑하고 존경해야 합니다. 사랑받고 존경받는 대원들은 당연히 자기 지휘자를 사랑하고 존경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4. 음악적인 공부 : 위의 기본 준비가 갖추어진 연후에 비로소 음악적인 부분을 다룰 수 있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에만 너무 치중하여 자칫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한 지휘자가 되지 않도록 신앙과 전례, 그리고 애덕이라는 기본 사항에 늘 자신을 비추어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둡니다.


1) 각 파트의 숙지 : 지휘를 하려면 우선 그 음악에 대해 세세히 알아야 합니다. 성가대원들은 자기 파트만 알면 되지만 지휘자는 모든 파트를 다 꿰고 있어야 합니다. 즉 각 파트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합창뿐만 아니라 혹시 반주가 딸려 있다면 반주 악기들에 관한 것까지 다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방법은 우선 각 파트를 자신이 모두 노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먼저 각 파트의 음정과 박자를 모두 익히고, 그 다음에는 좀 더 세세한 표현인 강약의 문제, 그리고 선율의 원할한 흐름(악상)까지 모두 익혀야 합니다. 이런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져야 각 파트에서 노래하는 것을 금방 알아듣고 잘 안 되는 부분을 지적하여 고쳐줄 수가 있습니다.


2) 각 파트의 조정 : 지휘자는 전체적인 조화를 위해 각 파트의 강약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성가대의 경우 각 파트가 모두 잘 하지만 전체적인 조화가 부족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각 파트 나름대로 모두 열심히 부르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우 지휘자가 그 강약을 조절하여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특히 항상 멜로디가 잘 들릴 수 있도록 파트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멜로디가 소프라노 파트에서 다른 파트로 잠정적으로 옮아가는 경우들도 간혹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특히 멜로디의 흐름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파트의 강약을 조정해주어야 합니다. 이 훈련을 위해서는 잘 연주된 음반을 구하여 자꾸 듣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음반을 들으면서 거기에 맞추어 각 파트의 노래를 스스로 불러보고, 또 각 파트를 따로 가려듣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수백 번을 들어야할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이렇게 자꾸 들어서 어느 때고 자기가 듣고 싶은 파트를 자연스럽게 가려들을 수 있게 될 때, 그 때 비로소 각 파트의 조정을 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3) 정확한 지휘 :  지휘를 하는 동작은 어설프거나 애매해서는 안 되고 정확하고 분명한 동작을 취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지휘에 대해 설명하는 좋은 교재들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자기에게 맞는 쉬운 책을 골라 공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마다 얼굴이나 성격이 다르듯이 지휘 동작도 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기본적인 틀, 즉 4분의 4박자나 4분의 3박자, 또는 8분의 6박자와 같은 자주 나오는 박자들은 그 기본형을 잘 익혀 놓아야 합니다. 자기 동작을 스스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거울을 보면서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아니면 실제 지휘 상황을 비디오로 찍어 놓고 거듭거듭 보면서 부족한 점들을 시정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실제로 시디를 틀어놓고 지휘를 연습하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선은 정확하게 박자를 젓는 훈련부터 하고, 그 다음에는 셈, 여림을 구분하여 지휘하는 훈련, 그리고 크레센도나 디크레센도를 표현하는 훈련, 또한 악첼레란도나 리타르단도를 지휘하는 훈련, 종지를 맺어주는 훈련, 레가토로(부드럽게 잇는 기법) 젓는 훈련, 스타카토(가볍게 끊는 기법)나 마르카토(한음 한음에 힘을 주어 강조하는 기법)로 젓는 훈련 등등을 따로 나누어서 연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각 파트에 싸인을 주는 훈련도 반드시 따로 해야 합니다. 각 파트가 다르게 들어갈 때는 악보에 각 파트의 시작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4) 곡의 해석 : 지휘자는 어떤 곡이든 그것을 대할 때 자기 나름의 곡 해석을 가해야 합니다. 먼저 그 곡의 가사를 분석하여 어느 정도의 빠르기가 적당한지 가늠해야 하겠고(이미 빠르기가 표시되어 있으면 그것을 따르면 되겠지만), 멜로디와 가사의 흐름상 어디에 강조점을 둘 것인지, 즉 어디를 약하게 하고 어디를 키울 것인지 등등을 분석해야 합니다. 성가는 대개 여러 절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각 절마다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석내용들은 모두 악보에 어떤 식으로든 메모가 되어야 합니다. 지휘자의 악보가 깨끗하다면 그것은 공부를 안 한다는 증거가 됩니다. 아니면 이미 다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대개의 경우에는 자신의 메모나 기호들을 보면서 실제 지휘 시 많은 도움을 받으므로 악보에 그때그때  연필로 생각나는 내용들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메모할 때는 볼펜을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연필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지우고 바꿀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성가대원들에게도 반드시 연필을 지참하게 하여 지휘자의 지시사항들을 꼼꼼이 악보에 적어 놓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지시사항을 적어 넣으면 쓸데없는 반복을 많이 피할 수 있습니다. 개중에는 말을 듣지 않는 대원들도 있는데, 인내롭게 청하여 악보에 지시사항을 표기하는 것을 습관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곡 해석을 할 때, 악보에 기본적으로 제시된 악상은 모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곡자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한 기본적인 태도입니다. 어떤 이는 지나칠 정도로 표기된 악상조차 무시한 채, 자기 나름의 무리한 곡 해석을 가하여 원곡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곡을 만들어 연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별로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프린트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잘 연주된 음반을 토대로 나름대로의 악상을 재구성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끝으로 지적해주고 싶은 부분은 빠르기에 대한 부분입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성가집에는 대부분 빠르기 표기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지휘자들의 임의적으로 빠르기를 정합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거의 모든 성가를 빠르게 부르도록 지휘하는 분도 있고, 반대로 너무 늦게 부르도록 지휘하는 분도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신자들에게 분심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빠르기는 그 성가의 성격에 달려 있습니다. 대개 대림시기와 사순시기의 곡들은 조금 여유있게 천천히 부르고, 성탄시기나 부활시기의 곡들은 조금 경쾌한 속도로 부르는 것이 좋겠지요. 즉 그 전례의 성격, 그 성가의 성격 등을 맞추어 빠르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같은 성가라 할지라도 그 빠르기에 따라 주는 느낌은 아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빠르기를 찾아 지휘하는 것 역시 지휘자의 중요한 재능 중에 하나입니다.


5) 지휘자의 시선 : 실제로 지휘할 때는 반드시 단원들과 눈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분은 시선을 악보에만 고정시키는 분이 있고, 또는 땅이나 하늘에 시선을 두는 경우를 봅니다. 이런 경우 아무리 지휘를 잘해도 호소력 있는 성가를 만들어낼 수가 없습니다. 지휘자의 눈은 수시로 단원들의 눈을 주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지휘를 단원들이 따라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원들에게도 수시로 지휘자를 보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자기 임의대로 부르는 습관을 버리고,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부르도록 해야 하는 거지요. 이것은 물론 반주자에게도 가르쳐야 하는 부분입니다. 특히 시작과 끝 부분, 그리고 각 파트의 시작 부분에서는 반드시 단원들과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반주자와도 물론 자주 눈을 마주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시선을 그때그때 필요한 곳에 둘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성가를 자신이 완전히 소화하고 있다는 뜻이고, 살아있는 지휘를 한다는 뜻이 됩니다. 당연히 응집력이 있고 제대로 만들어진 성가를 창조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려면 이미 거의 그 악보를 외우는 수준에 와 있어야 하는 거지요.



6) 파트연습 : 연습을 시킬 때 가장 중요한 사항은 파트 연습을 확실히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각 파트가 완성이 되지 않았는데 아무리 전체 연습을 해보아야 그것은 밑 깨진 독에 물 붙기입니다. 우선 각 파트가 완벽하게 자기 구실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합창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시간상의 제약이 있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고스럽더라도 파트 연습을 위한 시간을 따로 갖거나(파트 연습을 위해 한 파트씩 돌아가면서 30분씩 일찍 오거나) 아니면 각 파트의 연습을 동시에 실시하는 것입니다. 지휘자는 돌아가면서 한 파트씩 연습을 시키고, 각 파트의 파트장의 지도하에 동시에 한 30분 정도 파트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습시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안 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반복시키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반복하는 식이 아니라, 안 되는 부분을 짚어내어 그 부분을 박자를 아주 천천히 해서 또박또박 반복시키고 조금씩 박자를 빨리해서 원 박 대로 가도록 연습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안 되는 부분을 계속 빠른 박자로 해보아야 시간 낭비만 될 뿐입니다. 그리고 틀리는 부분은 반드시 그 앞뒤와 연결시키는 훈련을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그 부분만 연습을 하면 나중에 이어서 부를 때, 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대개 항상 틀리는 데가 틀리기 마련이니까 그 부분을 완전히 교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일단 완벽하게 고쳐놓으면 다시 손볼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교정을 했는데도 나중에 또 틀리면 앞에서 설명한 과정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득이하게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파트연습을 시켜야 할 경우, 한 파트만 너무 집중적으로 연습시키면 다른 파트가 산만해지게 되므로 골고루 각 파트에 시간 분배를 해서 연습시켜야 하고, 때로는 두 파트나 세 파트 씩 묶어서 파트연습의 효과를 점검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7) 목소리를 혹사시키지 말 것 : 노래는 악기와 달라서 목을 쓰기 때문에 너무 피곤할 경우, 자칫하면 목소리를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특히 소프라노나 테너의 경우 고음 처리가 안 될 경우, 반복해서 너무 무리시키면 목에 무리를 줄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한 옥타브 낮추어서 정확하게 음정 박자를 익히게 한 연후에, 제 음으로 불러보는 식의 방법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정 무리가 된다면 곡 전체를 반음이나 한음 정도 낮추어 부르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포르테로 불러야하는 부분을 무리해서 계속 반복시키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습 중간에 반드시 휴식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한 시간 정도 연습한 후에 반드시 10분내지 15분 정도는 휴식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남성들의 경우에는 특히 직장에서 바로 퇴근하여 오는 경우들이므로 몹시 피곤하고 지쳐있기 때문에 조금 쉬면서 간식을 들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연습 중에는 음료수 보다는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연습시간에는 단원들 각자가 반드시 물병을 준비하도록 주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8) 발성연습 : 발성은 전문적인 것이므로 단 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휘자로서 발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책을 통해서는 거의 얻을 수 없는 것이 발성에 대한 지식입니다. 실제로 레슨을 받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몸(특히 성대)의 상황에 따라 발성의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기가 체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발성을 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발성에 있어서는 단편적인 지식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휘자가 성악을 전공한 분이라면 금상첨화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 부분은 성악 전공한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몇 번 정도 강사로 모셔서 성가대 전체가 발성 특강을 받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발성의 틀을 배운 연후에는 반드시 연습 시작할 때 가벼운 몸 풀기와 간단한 발성 연습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운동을 할 때 바로 나가 뛰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몸 풀기로 준비하듯이 성가를 부를 때도 우선 몸을 좀 풀고, 호흡운동을 시키고, 가벼운 발성으로 준비를 시킨 연후에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가는 것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겨야 합니다. 아울러 성가를 부르는 몸의 자세와 호흡의 관계가 발성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의자 뒤에 등을 기대는 식의 꾸부정한 자세를 취하지 말고, 항상 허리를 반듯이 펴고 숨을 깊이 들이마셔 복식호흡을 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9) 기도 : 반드시 시작 기도와 마침 기도로 연습을 시작하고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로는 성가가 기도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음악으로 그치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그것은 기도의 체험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도가 몸에 익은 사람만이 성가를 기도로 승화시킬 수 있는 법입니다. 따라서 연습을 시작하고 마치는 순간만이라도 대충 때우는 식의 기도가 아니라, 참으로 진지한 기도를 바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시작기도 때는 적어도 묵주기도 한단 정도 바칠 정도의 시간을 바쳐 기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그때그때 성가대의 필요한 지향에 따라 묵주기도 한단을 바쳐도 좋고, 아니면 단순히 침묵 중에 조용히 기도한 후 성가대가 같이 바칠 수 있는 기도문을 합송하는 식으로 해도 좋겠습니다. 아니면 그날의 성서 말씀 중에 한 토막을 묵상하는 식도 좋겠구요. 어쨌든 진지한 기도로 시작한 성가 연습은 그 질 자체가 달라집니다. 아울러 그 기도의 맛을 보기위해 단원들의 참여율도 높아질 수 있고요. 끝기도는 잠시 침묵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지휘자나 단장님이 자유기도 형식으로 기도한 후, 모두 함께 마무리 기도로 주모경을 바치는 정도면 좋겠지요. 형식이야 어쨌든 시작기도와 마침기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해치우는 기도가 아니라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도가 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10) 반주자와의 관계 : 반주자와 지휘자는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이 둘 간에 화목한 공동체는 별 문제가 없지만 이 둘 간에 문제가 생기면 정말 피곤해지지요. 상호존중이 필요합니다. 지휘자는 반주자를 늘 배려하고 반주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려 애써야 합니다. 반주자는 지휘자를 존중하고 잘 따라야겠지요. 음악적인 해석에 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좁히기 위한 둘만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공동체 앞에서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은 금기입니다. 따로 만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결국은 자존심이나 열등감의 문제가 가장 큰 것인데, 특히 지휘자의 음악성이 반주자의 음악성에 뒤질 때, 많은 문제가 나타나지요. 그런 경우에는 지휘자가 자존심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반주자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반주자 역시 지휘자를 겉으로 드러내놓고 무시하는 태도보다는 지휘자의 부족함을 드러나지 않게 메꾸어 주는 덕이 필요합니다.


11) 준비 : 다음 주에 준비할 악보를 그 전주에 미리 공지해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특히 새로운 곡의 경우 반주자를 위해서 훑어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주고 연습에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휘자와 반주자는 다른 단원들보다 먼저 연습 장소에 나와서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필요한 사항들을 미리 점검하고, 할 수 있다면 잠시 기도하면서 연습을 준비한다면 단원들에게 큰 모범이 될 것입니다. 대개 성가대마다 연습시간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지휘자 하기 나름입니다. 제 시간에 온 사람이 한 사람이건 두 사람이건 시간이 되면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나가야 합니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기도를 시작하고, 출석을 부르고, 몸 풀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형편이 있어서 늦는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고 단순히 게으른 습관 때문에 늦는 사람들은 이렇게 함으로써 제 시간에 나오도록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휘자 자신이 매일 허겁지겁 늦게 도착하는 모습은 별로 보기가 좋지 않겠지요.


대략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사실은 저도 오랫동안 성가대 지휘자 노릇을 했었는데, 위에 열거한 내용들을 다 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과, 제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 뒤늦게 그 필요성을 깨달은 것들을 간추린 것이니 아마 공감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부분은 너무 이상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하기 보다는 좀 더 큰 이상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휘자로서의 삶이 부디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모든 분께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출처 : 전례음악
글쓴이 : 최아녜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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