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눈물 조차 행복한 기도가 되게
이해인 수녀
임종하기 직전 곁에서
'카롤 보이티와!' 하고 당신을
불렀을 때 끝내 대답 못하시고
침묵 속에 먼 길을 떠나셨다지요
전 세계를 끌어 안고
세상 사람 모두를가장 가까운 벗으로
가족으로 사랑하신 분
화해와 용서를 몸서 실천하시여
이 세상 끝까지복음을 전하셨던
평화의 순례자, 자비의 사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
당신의 부음을 들은 4월 3일 아침
당신께서 입맞추셨던
한국 땅,봄이 피어나는 이 땅에서
천지를 물들이는꽃들의고운 빛갈은
추모의 향기로 흩어지고
산새, 물새들의 노래 소리는
추모의 레퀴엠이 되어 퍼져가네요
당신께서 위독하시다는 말씀 듣고
우리 모두 마지막 이별을 준비했지만
막사 그 시간이 오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제는 다시 그 음성을 들을 수 없고
그 웃음 볼 수 없다 생각하니
우리는 당장 당신이 보고 싶고
당신이 새삼 그립습니다
숨이 멋는 고통 속에도 필담으로
'나는행복하다 그대들도 행복하시오' 라는
밝고 궁정적인 메시를 남기신
우리의 큰 스승, 자예로운 아버지께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더 이싱 무슨 말로 당신을 애도하겠습니까
당신이 떠나신 지금
당신의 그 아름다운 유언처럼
우리도 행복하게 살겠다는 다짐을
아름다운 기도로 봉헌하렵니다
그래서 흐르는 눈물조차
행복한 기도가 되게 하렵니다
죄보다 큰 사랑과 용서로
이 시대에 꺼지지 않은 등불이 되었던 분
길이신 예수님 따라
우리도 길이 돼야 한다고
거듭 거듭 강조하신 당신을 생각하고 기리며
우리도 각자의 삶에서 선을 이끄는
길이 되겠다고 두 손 모웁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지상에서 모든 시간들
진리의 전달자로 힘들고 고달팠던 그 순간들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시고
이제는 부디 하늘나라에서
오래 오래 행복하십시요
당신을 보내고 슬퍼하는 백성들에게
'행복해라,행복해라' 웃으시며
오늘도 정겹게 손 흔들어 주십시요
이해인 수녀님 글(2005.4.4 동아일보에서 옮김)
개선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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