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도 유명하지만 당대를 풍미한 뛰어난 피아니스였습니다. 190cm의 장신의 키뿐만 아니라 손도 유난히 커서 한 손으로 13도 음정을 거뜬히 집을 수 있는 그를 가리켜 스트라빈스키는 6피트 반의 괴물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그 큰 손에 테크닉도 뛰어나 힘과 기교를 겸비한 발군의 연주를 하였습니다. 그의 피아노곡들은 당연히 자신이 직접 연주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작곡되었으므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난곡들이기도 합니다. 현대의학은 그를 마판증후군 환자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병은 손가락을 길고 유연하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람이 라흐마니노프의 테크닉을 따라 하기란 애당초 어려울 수밖에 없겠죠.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도 마판증후군 환자로 의심되고 있습니다.
"지옥에 있는 음악학교에서 한 재능 있는 학생에게 모세가 이집트에 내린 일곱 개 재앙에 대한 교향곡을 쓰라고 했는데, 그가 라흐마니노프의 것과 똑같은 교향곡을 제출했다면 그는 과제를 멋지게 수행한 것이고 지옥의 주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러시아 5인조 작곡가 가운데 한 사람인 세자르 퀴가 1897년에 초연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1번을 듣고 한 촌평입니다. 23살의 전도유망한 작곡가는 선배의 악평에 철퇴를 맞은 듯했습니다. 두 번째 철퇴는 사촌 나탈리아 사티나와의 결혼이 근친이라는 이유로 러시아 정교회의 허락을 얻지 못해 좌절되고 만 것입니다. 세 번째이자 결정적인 철퇴는 톨스토이로부터 받았죠. 라흐마니노프에게 톨스토이는 신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친구 샬리아핀과 두 번째로 작가를 찾아갔을 때 샬리아핀은 가곡 하나를 라흐마니노프의 반주로 노래했습니다. ‘운명’이라는 이 노래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유명한 첫 동기로 시작하는 곡이었죠. 노래를 듣고 난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죠. ”그런 음악이 누군가에게 필요할 것 같은가. 정말 듣기 싫군. 베토벤은 엉터리야. 푸슈킨과 레르몬토프도 마찬가지야.“ 라흐마니노프의 충격은 컸습니다. 잠시 뒤 톨스토이가 사과했습니다. ”미안하네. 난 노인네야. 자네를 속상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라흐마니노프는 즉시 대답했습니다. ”베토벤도 아닌데 뭐 속상할 것 있습니까.“ 하지만 그의 속은 시커멓게 되었죠. 이번에는 정말 회복 불능이었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 번의 철퇴로 심한 노이로제에 걸린 라흐마니노프는 3년 동안 극심한 슬럼프를 겪습니다. 그때 니콜라이 달이라는 의사가 그의 구원자가 됩니다. 달 박사는 그에게 ‘자기암시’라는 치료법를 사용하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죠. 덕분에 라흐마니노프는 음악을 다시 쓸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곡이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제2악장, 제3악장 그리고 제1악장의 순서로 완성하여 1901년 10월 27일에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피아노 독주로 초연을 가져 대단한 성공을 거둡니다. 1905년에는 글린카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당연히 이 곡을 니콜라이 달 박사에게 헌정했습니다. 달 박사는 그 후 베이루트로 이주하였는데, 1928년 아메리칸 대학 오케스트라가 이 협주곡을 연주할 때 비올라 주자로 참가했습니다. 청중에게 이 곡을 헌정 받은 사람이라고 달 박사가 소개되었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답례를 한 뒤에도 오랫동안 박수소리가 멈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 20190219challea5913 -
데니스 레오니도비치 마추예프 (Дени́с Леони́дович Мацу́ев)
마추예프의 대표적인 연주곡 중 하나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천둥과 빗방울을 연주하는 번개의 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들 중 한 명.과한 몸동작과 연주 스타일 때문인지 호불호가 갈리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Denis Matsuev - Rachmaninoff -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Sergei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 2 in C minor, Op 18
Denis Matsuev, piano
Qatar Philharmonic Orchestra
Han-Na Chang, conductor
London, Proms 2014
1악장 : Moderato
피아노가 어두운 화음을 장중하게 연타하면서 시작된다. 뒤이어 오케스트라가 정열적이고 몽환적인 선율로 제1테마를 유도한다. 제2테마는 비올라에 이어 독주 피아노의 연주로 전개되는데, 라흐마니노프적인 풍부한 감미로움이 보드라운 물결처럼 전신을 휘감는 느낌을 주어 대단히 감각적이다. 강렬한 정열과 섬세한 감미로움을 담은 선율의 대조가 일품이다. 변형적인 발전부와 재현부가 여러 갈래로 펼쳐지면서 완숙한 젊음이 넘쳐흐르는 듯한 희열을 안겨준다. 마지막은 힘찬 행진곡 풍의 빠른 템포로 극적으로 끝난다.
2악장 : 2 Adagio sostenuto - Più animato - Tempo I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악장이다. 극히 느린 템포의 아름다운 이 악장은 꿈을 꾸는 듯한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곡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그의 다성부의 음악에 대한 역량과 오케스트라를 다루는 천재적인 재능을 과시한 악장이다.
3악장 : Allegro scherzando
경쾌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악장으로, 두 개의 테마가 변화무쌍하게 나타난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오케스트라의 서주에 이어 피아노가 중심주제를 화려하게 연주한다. 열정적인 사랑이 폭발하는 느낌을 주는가 하면, 고요한 정적의 심연으로 끝없이 가라앉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제1테마와 대조적인 제2테마는 오보에와 비올라에 의해 우아하고 아름답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솔로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발전부를 중심으로, 한 개의 선율이 몇 개의 다른 악기로 뒤쫓아 얽혀지는 푸가를 거쳐 재현부를 지나며, 마지막은 급속한 템포 속에 대미를 장식한다.[All the Abv.quoted bt Anonymous]- 20190219challea591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