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 첼로 소나타 3번 Beethoven, Cello Sonata No. 3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이 남긴 다섯 곡의 첼로 소나타는 질적으로 극히 우수하다. 일반적으로 3번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데 다른 곡들도 모두 상당히 수준높은 곡들이다. 그 때까지는 실내악에서 첼로의 역할이 바소 콘티누오/통주저음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못했었는데 베토벤에 이르러서 첼로의 파트가 솔로로, 완벽히 독주 성부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음악史에서 특히 주목되는 사건 중 하나이다. 젊은 시절의 베토벤 작품들이 별볼 일 없다는 견해는 속단이다. 그 본보기가 바로 그의 첫 첼로 소나타 F장조이다. 젊은 베토벤의 혈기와 서정성이 꽃피는 곡이다.
Op.69의 제 3번 첼로 소나타는 교향곡 <운명>(op.67), <전원>(op.68)등이 작곡되었을 무렵 그가 갖가지 고통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예술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던 중기에 쓰여진 곡이다. 격정과 깊은 명상이 얽혀 솟아오르는가 하면 어느새 명상속으로 침잠하는 절묘한 구성력을 보여주고 있다. 피아노가 황홀하게 손을 내밀면 첼로가 가만히 그 손을 잡듯이 대위법적 처리로 서정성이 넘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 서주를 가진 3악장이 참으로 아름답다. 고금의 첼로 소나타 중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 곡은 교향곡 제5번등이 작곡된 거의 동시기에 완성되었다. 중간 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한 3악장 구성이어서 느린 악장이 빠져 있으나, 제3악장의 서주인 아다지오 칸타빌레가 그 기능을 충분히 대항하고 있다. 원숙기의 작품인 만큼 첼로가 고유의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피아노와 대등한 입장에서 내용있는 2중주를 전개하고 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
Beethoven - Cello Sonata No. 1,2,3 Paul Tortelier, cello
베토벤이 작곡한 다섯 개의 첼로 소나타는 피아노와 첼로의 매개체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작곡가가 이 작품을 작곡하고자 마음먹었을 당시, 이 장르에 대한 모델조차 없었다는 사실은 대단히 놀라울 따름이다. 첼로는 16세기부터 콘티누오와의 듀오 악기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교적 첼로를 많이 사용한 보케리니나 비발디의 경우에도 첼로의 역할과 형식은 바이올린 소나타와 다를 것이 없었고, 여전히 베이스 아리아와 같은 오블리가토를 위한 악기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경우도 첼로와 건반악기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단히 흥미롭다.
첼로를 독주악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베토벤의 천재성
이 ‘하찮은 저음악기’를 결정적으로 독주악기의 반열로 올려놓은 장본인이 바로 베토벤이다. 1796년에 탄생한 그의 첫 두 개의 소나타 Op.5는 유능한 첼리스트이기도 한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빌헬름 2세(1736~1813)를 위해 작곡한 것이다. 본래 베토벤이 주문받은 것은 현악 4중주였다. 그러나 베토벤이 왕에게 전달한 선물은 바로 첼로 소나타였다. 베토벤은 그에게 영감을 줄 정도의 탁월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었던 왕 전속 첼리스트인 장 루이 듀포르와 함께 프레데릭 빌헬름 2세 앞에서 이 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베토벤 자신의 천재성만이 이 첼로 소나타에 현대적 의미를 불어넣은 것은 아니었다. 당대의 비르투오소인 듀포르가 정착시킨 운지법과 활기술의 원칙이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이다. 이후 첼로에 고정과 동시에 공명을 증대시키는 스파이크가 도입되었고, 멜로디 악기로서 첼로가 갖는 남성적 바리톤 음색이 완전하게 완성되었다. 첼로는 당시 유행했던 현악 4중주와 3중주에서 저음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도 그 역할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당시 아마추어 음악가들 사이에서 첼로 연주가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것이다.
그 가운데 첼로 애호가였던 프로이센 국왕에게 고전주의-낭만주의 음악의 가교로서 가히 혁명적 처녀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Op.5]가 헌정된 것이다.
베토벤은 첼로 애호가였던 프레데릭 빌헬름 2세에게 첼로 소나타 1, 2번을 헌정했다.
두 개의 소나타 Op.5는 기본적으로 2악장으로 구성된 작품으로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도입부와 알레그로, 그리고 론도로 이어진다. 두 작품 모두 첫 악장의 소나타 형식은 비교적 쉬운 방식으로 2주제가 등장하고 길고 두드러지는 피아노에 의해 재현부가 연결된다. 이들 소나타는 텍스추어(texture)에 대한 일종의 베토벤의 실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실험적인 1,2 번 소나타와 원숙한 3번 소나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1, 2, 3번은 그의 삶에서 각각 특징적인 시기에 작곡되었다. 1796년에 작곡한 Op.5는 초기 피아노 소나타들과 첫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이 작곡될 무렵에 작곡되었다. 베토벤이 한 해 전에 이미 첫 번째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서 베토벤은 18세기 전반부 바로크 작품들에서 느린 도입부에서 빠른 악장으로 넘어가는 형식을 찾아냈는데, 특히 [2번 G단조 소나타]의 오프닝에서 붓점 4분음표 리듬은 프랑스풍의 서곡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나타’나 ‘1악장’ 형식의 의미에 있어서 느림-빠름의 바로크풍의 패턴을 사용하긴 했지만 프랑스 스타일을 완벽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첫 두 개의 첼로 소나타들의 긴 첫 악장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베토벤은 이런 방식으로 바로크 시대의 부드러움을 머금고 있는 느린 악구들이 빠른 악구를 유도하기 위한 도입부 성격을 가지는 구조를 완성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첼로 소나타에서 이 형식을 반드시 사용했다. [1번]과 [2번 소나타]의 1악장과 [3번 소나타]의 3악장이 특히 그렇다. 멜로디와 화성적 베이스를 연주할 수 있는 첼로는, 피아노와는 다른 표현방식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그 표현영역이 피아노와 유사하다. 그러나 각각이 독립적인 텍스추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더 나아가 마지막 [5번 소나타]에서는 이러한 형식을 확장해 낮은 음역의 느린 2악장과 푸가로 시작하는 빠른 3악장 모습으로 응용, 발전시켰다.
베토벤은 첼로를 독주악기로 활용해 첼로 소나타의 새형식을 정립했다.
한편 [교향곡 5번]과 [교향곡 6번]이 작곡될 무렵에 탄생한 [3번 소나타 A장조]은 위대한 원숙함을 선보인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9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던 중기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눈물과 슬픔의 중간 단계라고 말할 수 있는 이 [3번 소나타]는 1807년부터 1808년 사이에 작곡되었는데 그 특유의 칸타빌레적이고도 우울한 성격으로 인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도 직접적으로 대비된다. 베토벤은 보다 가벼운 음색과 질감을 탐구하고자 했고, 심지어 작품의 첫 오프닝에서 첼로가 혼자 진행하게 남겨두었다.
이러한 독창적 특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베토벤은 쉽게 만족하지 않았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확장된 느린 악구 형식을 바이올린 소나타와 첼로를 위한 변주곡에 적용했으며, 기존 바이올린 소나타에서 사용했던 형식을 첼로를 위한 소나타와 변주곡에도 훌륭하게 적용해냈다. 동시에 [첼로 소나타 3번]에서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확장된 형식의 표본까지도 새롭게 창조해냈다. 이는 후대 작곡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베토벤의 노력에 의해 후대 사람들은 [첼로 소나타 3번]이야말로 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임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이후에 작곡한 [첼로 소나타 4번]과 [첼로 소나타 5번]에서 베토벤은 환상곡과 푸가를 소나타 형식과 결합하려는 새로운 도전을 다시금 선보이기도 했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1번 F장조 Op.5 No.1
1.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 알레그로 2. 론도: 알레그로 비바체 F장조 소나타는 베토벤이 이 장르를 위해 작곡한 가장 긴 악장으로 시작한다. 오프닝 아다지오는 도입부에 가깝다. 유니즌 기법은 첼로의 테너 레지스터에 대한 탐험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베이스 영역 또한 신선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알레그로에는 몇몇 흥미로운 화성들이 보이는데, 2주제에서 베토벤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려는 듯하지만 이내 본래의 조성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발전부에서는 첼로의 낮은 레지스터에 있어서 몇몇 훌륭한 대목을 발견할 수 있다. 짧은 아다지오와 프레스토가 음악의 흐름에 끼어들면서 결말로 이끄는 듯하지만 첼로가 중심 주제를 마지막으로 제시한다. 론도는 활기넘치는 6/8박자로서 단조 에피소드는 첼로 피치카토에 의해 표현되고 소박한 주제는 바이올린 협주곡의 에피소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풍부한 울림은 첼로의 낮은 더블 스톱에 의해 만들어지고, 다시 한 번 아다지오가 등장한 뒤 첼로의 최고역까지 사용하는 화려한 피날레로 끝을 맺는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2번 G단조 Op.5 No.2
1.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에 에스프레시보 - 알레그로 몰토 피우 토스토 프레스토 2. 론도: 알레그로 G단조 소나타의 시작부는 아다지오로서 표현력이 대단히 넓다. 이 부분에서 등장하는 하향 붓점 스케일을 작곡할 당시, 과연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39번 교향곡]을 염두에 두었을까? 설득력 높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알레그로는 어두울 뿐만 아니라, 밝은 2주제를 제외한다면 시종일관 무엇을 동경하거나 열망하는 듯하다. 그리고 베토벤이 만족했을 법한 이 악장의 끝부분에는 풍부한 내용을 갖는 코다가 등장한다. 한편 장조의 마지막 론도로 의해 조성적 대비 또한 훌륭하게 이루어진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3번 A장조 Op.69
1. 알레그로 마 논 탄토 2. 스케르초: 알레그로 몰토 3. 아다지오 칸타빌레 - 알레그로 비바체
Op.69는 시작부부터 솔로 첼로가 오프닝을 담당하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동일한 조성의 [크로이처 소나타]와 같은 바이올린 소나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시작부터 피아노와 첼로가 같은 음역을 연주하도록 의도한 모습이 엿보인다. 음악은 점점 에너지감이 고조되다가 분위기는 갑자기 단조로 변화하지만 [크로이처 소나타]처럼 변화는 잠시 동안 제시되고 이내 평온한 서정성으로 돌아간다. 피아노로 제시되는 첫 2주제는 첼로와 함께 천천히 진행되면서 베토벤은 두 악기 사이의 대화를 솜씨 있게 지속시켜나간다. 단조의 분위기는 발전부에 이르러 역동적으로 변하며 긴 코다에서는 보다 완화된 스타일이 제시된다.
다시금 단조로 되돌아간 스케르초는 베토벤 특유의 싱커페이션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장조 조성의 트리오는 렌틀러를 연상시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 베토벤은 되풀이하는 스케르초(ABABA) 사이에서 두 개의 동일한 트리오를 위치시켜 확장된 형식을 사용했다. E장조의 아다지오는 악장 전체로 발전할 수 있듯이 시작하지만, 실제로 결국에는 피날레를 위한 비교적 짧은 도입부로 사용된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우아한 주제가 날렵한 스케일과 몇몇 감동적인 탄식과 결합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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