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들이 도망치자 아르미드와 이드라오는 지하세계의 혼령들을 깨우고 르노에게 마법을 건다. 마법에 걸린 르노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넋을 잃고 노래를 부른다. 악령들이 물의 정령, 요정, 목동으로 둔갑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르노를 잠재운다. 아르미드는 르노가 잠든 틈에 그를 칼로 찌르려다가 차마 찌르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아르미드는 결국 르노도 자신을 사랑하도록 마법을 걸고 혼령들에게 르노와 자신을 멀리 데려가 달라고 청한다. 아르미드는 사막 한 가운데 홀로 서서 르노를 향한 사랑과 적군에 대한 증오 사이에서 갈등한다. 괴로움에 지쳐 증오의 여신을 불러 자신에게서 르노를 향한 사랑을 빼앗아가 달라고 하지만 결국 이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는다. 한편 사막에서는 위발드가 르노를 찾기 위해 덴마크 군인과 함께 마법에 걸린 아르미드의 성으로 향하고 있다. 악령들이 사막을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바꾸고 두 십자군을 사랑하는 여인들로 둔갑해 그들을 유혹하지만, 위발드와 덴마크 군인은 마법사에게 받은 다이아몬드 방패로 아르미드의 괴물과 악령의 유혹을 물리치고 성에 도착한다. 아르미드는 이제 온 마음을 다해 르노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아르미드와 함께 한다. 아르미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위발드와 덴마크 군인이 나타나 르노에게 다이아몬드 방패를 보여주자 르노가 마법에서 풀려난다. 르노는 괴로워하는 아르미드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난다. 하지만 아직 아르미드를 사랑하는 듯 그녀를 돌아본다. 아르미드는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처음에는 슬퍼하다가 이내 격분하며 자신의 성을 모두 무너뜨리고 복수를 다짐한다. ‘이곳은 보면 볼수록(Plus j’observe ces lieux)’ 2막 3장에서 아르미드와 이드라오에 의해 마법에 걸린 르노가 부르는 노래이다. 새가 지저귀듯 플루트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현악기의 분산화음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는 가운데 르노가 황홀하게 노래를 부른다. ‘아! 내가 자유를 빼앗겨야만 한다면(Ah! si la liberté me doit être ravie)’ 3막 1장에서 적군에 대한 증오와 르노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르미드가 부르는 노래이다. 아르미드의 괴로운 마음과 달리 잔잔한 현악 반주와 아름다운 노래 선율은 아르미드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르노를 사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글루크가 스스로 〈아르미드〉를 자신이 쓴 최고의 작품으로 여겼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운 곡이다. ‘르노! 하늘이여! 오 극도의 고통!(Renaud! Ciel! O mortelle peine!)’ 5막 4장에서 르노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르미드가 부르는 노래이다. 심장을 찌를 듯 날카로운 고음과 현악기의 트레몰로가 아르미드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표현한다. 아르미드의 노래가 끝나고 르노가 “너무도 불행한 아르미드, 그대의 운명이 안타깝도다”라고 노래하는 대목은 르노가 마법에서 풀려났음에도 아르미드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르노는 결국 아르미드에게 작별을 고하고 성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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