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너르 빌스마(Anner Bylsma) 는 네덜란드의 유명한 고음악 연주자로 바로크 첼로를 부활시키는
데 누구보다도 큰 역할을 했던 선구자이다.
그는 1934년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났고 헤이그 왕립 음악원에서 공부했는데, 1959년 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경연대회에서 우승했으며 1962년부터 1968년까지는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로 활약했으나, 곧 박차고 나와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일찍부터 구스타프 레온하르트나 프란스 브뤼헌과 같은 위대한 선구자들과 함께 연주하면서
고음악 부흥 운동을 이끌었고, 현대의 일반적인 첼로와는 다른 "바로크 첼로" 의 가능성을 탐구하
는 데 앞장 섰다.
바로크 첼로에는 악기를 고정시키는 엔드핀이 없어서 두 다리로 고정시켜서 연주해야 한다는 점이
다소 불편하고 현은 거트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내구성이 약하며 악기의 특성상 큰 음량을 얻어내
기도 어렵지만, 그 대신에 거트현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이 필요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리드미컬하게 연주하는 데는 꼭 안성맞춤인 악기라
고 할 수 있다.
특히 활의 모양이 오늘날의 일반적인 활과 달라서 끝이 뾰족한 형태의 바로크 활을 사용하는데,
이와 같은 활을 사용하면 옛 음악을 좀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연주할 수 있다.
빌스마는 이러한 악기로 고음악을 연주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을 개척했던 거장이다.
그는 "DHM, Sony Classical"(Vivarte 시리즈) 등의 여러 레이블을 통해 뛰어난 음반들을 많이 녹음
한 했으며,, 가장 유명한 녹음은 역시 두 차례 녹음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집(Seon과 Sony Classical) 일 것이다.
물론 둘 중에서 좀 더 잘 알려져 있는 두번째 녹음은 엄밀히 말하면 "바로크" 첼로로 연주한 것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바로크 첼로 연주 경험을 최대한 적용하고 있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역사
주의 연주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타펠무지크와 함께 연주한 비발디 첼로 협주곡(Sony Classical), 보케리니 첼로 협주곡(DHM,
Teldec Classics, Sony Classical),
하이든 첼로 협주곡(DHM), 계몽주의 시대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의
첼로 협주곡(Virgin Classics) 등 아주 뛰어난 녹음이 많다. 대부분 최상의 연주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첼로를 위한 작품은 고전주의 시대 이후에 더 많아서 그렇겠지만, 그의
관심은 18세기 이전에만 머물지 않고 19세기 음악으로까지 뻗어나갔는데, 아내인 바이올리니스트
페라 베츠(Vera Beths)와 비올라 주자 위르겐 쿠스마울과 함께 라르키부델리(L'Archibudelli)라는
실내악 연주단체를 결성해 18~19세기의 실내악 작품들을 당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활동도 열심히
하였다.
라르키부델리는 영국의 모니카 허깃(Monica Huggett)이 이끄는 하우스무지크 런던(Hausmusik
London)과 함께 이 방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대악기 연주단체라고 할 수 있다.
포르테피아노 연주자인 요스 판 이메르세일(Jos van Immerseel)과 함께 녹음한 슈베르트의 피아노
삼중주라든가 피아노 5중주 "송어" 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연주(이상 모두 Sony Classical)가 아마
도 가장 인기 있을 것 같고, 슈베르트의 현악5줌주나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
하는 연주이다.
그리고 각각 맬컴 빌슨, 요스 판 이메르세일과 한 차례씩 녹음한 두 개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집(Nonesuch와 Sony Classical)도 이 곡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권해 드리고 싶은 음반이다.
그 외에도 램버트 오키스와 함께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도 녹음했고, 로버트 레빈과 함께 연주한
하이든 피아노 트리오도 매우 귀중한 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