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스크랩] 베토벤 / 교향곡 7번(Beethoven, Symphony No.7 in A major)

P a o l o 2017. 9. 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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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Symphony No.7 in A major

베토벤 / 교향곡 7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Carlos Kleiber,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1977

 

일찍이 베토벤은 “나는 인류를 위해 좋은 술을 빚는 바쿠스(디오니소스)이며 그렇게 빚은 술로 사람들을 취하게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의 교향곡 7번이야말로 이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일 것이다. 특히 리듬의 역동성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매력으로 리스트는 이 교향곡을 가리켜 ‘리듬의 신격화’라 표현하기도 했다. 강박적인 리듬의 반복을 통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이 교향곡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던 원초적인 리듬 충동이 되살아나는 듯하다.

 

 

 

 

베토벤 음악 인생에 길이 기억될 초연 연주회

베토벤이 교향곡 7번을 완성한 1812년은 그의 작품 활동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기다. 1802년부터 1809년까지 7년간 베토벤은 다섯 곡의 교향곡과 현악 4중주곡 ‘라주모프스키’,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등의 걸작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고, 1809년에도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와 현악4중주 Op.74, 피아노 소나타 ‘고별’ 등 걸작들을 계속 발표하며 지칠 줄 모르는 창작 의욕을 과시했으나 1810년부터 차츰 작곡의 속도를 늦춰갔다. 그러던 중 1812년 4월 13일에 드디어 4년간의 교향곡 공백기를 깨고 몇 곡의 음악을 다 합쳐 놓은 것만큼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담은 교향곡 7번을 완성해내면서 교향곡 작곡가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1813년 12월 8일, 빈 대학 강당에서 이루어진 7번 교향곡의 초연 무대는 베토벤의 경력에 있어 길이 기억될 만한 연주회였다. 연주 당시 부악장을 맡았던 작곡가 슈포어가 남긴 증언을 보면 7번 교향곡을 지휘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청력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날 공연은 베토벤의 공연들 가운데도 기억에 남을 만한 매우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연주 당일 베토벤의 기분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관객들이 환호한 작품은 교향곡 7번이 아니라 그날 공연에서 함께 연주된 <웰링턴의 승리>였기 때문이다.

흔히 ‘전쟁 교향곡’이라 불리기도 하는 <웰링턴의 승리>는 메트로놈의 발명가 멜첼이 고안한 ‘판하르모니콘’이란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으로, ‘전쟁’과 ‘승리’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팡파르, 군대의 호출, 대포 소리, 전쟁 장면 등이 단순하게 묘사되고 마지막 종결부의 압도적인 클라이맥스로 인해 대중들은 이 작품에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던 것이다.

<웰링턴의 승리>보다 교향곡 7번이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했던 베토벤은 청중의 이런 반응에 실망했고, 빈 신문에서 교향곡 7번을 가리켜 <웰링턴의 승리>의 ‘들러리 작품’이라 칭한 것에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당대 청중이 교향곡 7번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특히 장송 행진곡 풍의 2악장에 열광해, 베토벤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2악장을 다시 한 번 연주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디오니소스적 충동, 술의 향연을 떠올리게 할 만큼 리듬의 역동성과 광란의 느낌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다. 그림은 디오니소스 축제를 그린 17세기 화가 니콜라 푸생의 작품.

 

Christian Thielemann conducts Beethoven's Symphony No.7 Op.92

Christian Thielemann,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Musikverein, Wien, 2009.12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 광란의 춤곡

1악장: 포코 소스테누토 - 비바체  Poco sostenuto - Vivace

매우 길고 복잡한 서주로 시작된다. 1악장의 서주는 그때까지의 교향곡에서는 거의 들어볼 수 없었던 가장 거대한 서주로, 신비로운 화음과 계속되는 음계, 목관악기에 의해 반복되는 단순한 모티브가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더한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독특한 부점 리듬 형이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템포는 매우 빠른 비바체로 바뀌고 마치 춤곡과도 같은 리듬 형이 강박적으로 나타나면서 본격적으로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대개 4/4박자로 되어 있는 일반적인 교향곡의 1악장과는 달리 교향곡 7번의 1악장은 바로크 춤곡 ‘지그’(gigue)를 연상시키는 6/8박자로 되어 있어 특별하며, 여기에 팀파니까지 리듬의 향연에 가세해 집요하게 같은 리듬을 반복하면서 광포함을 더한다. 그야말로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향연이라 할 만한 광란의 춤곡이다.

2악장: 알레그레토  Allegretto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라는 애매한 템포로 설정된 2악장은 장송곡 풍의 독특한 음악으로 초연 당시 청중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청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음악이다. 2악장이 시작되면 목관악기의 불안정한 화음에 이어 저음 현악기들이 장례 행진을 연상시키는 리듬 주제를 연주한다. 저음현의 어두운 음색이 침통한 분위기를 더하는 가운데 어느새 제2바이올린 파트가 끼어들어 주제를 연주하고, 저음현은 또 다른 선율을 연주하면서 제2바이올린과 조화를 이룬다. 새로운 악기들이 끼어들 때마다 감정의 깊이는 더욱 강해지며 청중을 음악 속으로 끌어들인다. 2악장 중간 부분에서 클라리넷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선율이 잠시 위안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저음 현악기들은 계속해서 장송 음악의 리듬을 집요하게 반복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3악장: 프레스토  Presto

베토벤 음악의 역동적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 스케르초라 할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속도만으로 흥분을 일으키며 그 과격한 리듬은 21세기 청중에게도 여전히 놀라움을 안겨준다. 때때로 강한 악센트와 제2호른의 갑작스런 돌출 등 예상치 못한 반전에서 베토벤 특유의 블랙유머도 느낄 수 있다. 반면 3악장의 중간에 등장하는 트리오 부분에선 현악기가 지속음을 연주하는 사이 목관악기들은 한층 이완된 리듬을 선보이며 역동적인 스케르초 부분과 대비된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고요한 트리오 부분에선 출렁이는 목관악기의 움직임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4악장: 알레그로 콘 브리오   Allegro con brio

처음부터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와 강렬한 리듬으로 충격을 준다. 마치 완벽한 기계장치가 돌아가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는 어느 정도 규칙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악장에선 특히 약박을 강조하는 규칙적인 악센트와 반음 모티브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저음현의 독특한 움직임에 주목해보자. 다른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감흥을 느끼게 될 것이다. 거칠고 사나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4악장은 베토벤의 가장 자극적인 교향곡을 마무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압도적인 결론이다.

 

 

 

 

 

 

 

 

 

 

 

 




출처 : 관악산의 추억(e8853)
글쓴이 : 이종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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