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크너 / 교향곡 8번
Symphony No.8 in C Minor, GA.118
Josef Anton Bruckner 1824∼1896
1887년 8월, 브루크너는 오랜 세월 끝에 [교향곡 8번]을 완성했다. 그는 이미 1884년 9월에 [교향곡 8번] 1악장의 스케치를 끝냈으나 다른 작품을 개정하는 데 시간을 소모하느라 1악장 스케치 후 3년이 지나서야 모든 작곡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마침내 대작을 완성한 브루크너는 그해 9월에 지휘자 헤르만 레비에게 새 교향곡의 악보를 보내면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동봉했다. “할렐루야! 드디어 교향곡 8번을 완성했습니다! 이 사실을 저의 예술적 아버지께 가장 먼저 알려드립니다. 아마도 이 작품을 좋아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그의 “예술적 아버지”란 물론 헤르만 레비다. 레비는 당시 뮌헨 궁정악단의 지휘자로 바그너의 [파르지팔]을 초연해 유명해졌으며,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과 [테 데움]을 성공적으로 연주해낸 훌륭한 지휘자였다. 그는 브루크너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 사람으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과 [7번]의 출판을 돕기 위해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브루크너로부터 새 교향곡의 악보를 받은 레비는 브루크너의 기대와는 달리 이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악보를 되돌려 보냈고 이 일로 브루크너는 크게 상심했다. 브루크너는 평생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아왔지만 레비의 거절은 그에겐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이 사건으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신앙인으로선 큰 죄악인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악장별 나누어 듣기>
Gennady Rozhdestvensky Symphony Orchestra of the USSR Ministry of Culture (2nd version, 1890)
신비롭게 문을 열어 벅찬 환희로 끝을 맺다 오늘날 자주 연주되는 1890년 버전 노바크 에디션을 기준으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의 각 악장 별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 도입부 특유의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현악기의 잔잔한 트레몰로와 호른의 지속음이 바탕에 깔리면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의 저음현이 신비로운 주제를 연주하면서 음악이 시작된다. 어떤 음이 중심음인지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조성적으로 모호하다. 또한 저음현으로 제시된 제1주제는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구성하는 하나의 벽돌인양 단편적인 성격이 강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도입부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23마디에서 전체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트레몰로를 터뜨리면 다시금 처음의 주제가 저음현과 금관악기에 의해 연주되며 압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처음에 단편적으로만 제시됐던 주제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그 윤곽을 서서히 형성해가며 장대한 클라이맥스를 구축한다
2악장 스케르초는 브루크너 특유의 개성이 그의 어떤 교향곡에서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 음악이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리듬 패턴도 흥미롭지만, 호른의 팡파르와 높은 음역에서 반복음형을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음색은 환상적인 색채감을 만들어내며 귀를 즐겁게 한다. 그래서 어느 음악평론가는 이 음악이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에 비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3악장 아다지오는 [교향곡 8번] 전 악장 중 연주시간이 가장 길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정점을 이룬다. 이 느린 음악을 연주하려면 최소한 25분 이상의 연주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는 하이든 교향곡 전곡 연주시간과 맞먹는다. 첫 부분에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선율은 그 호흡이 길고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엇인가 열망하는 듯한 성격이 담겨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음악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유사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3악장 말미에 이르러 팀파니와 심벌즈, 트라이앵글, 하프까지 가세한 전체 오케스트라의 폭발적인 절정은 바그너 음악의 황홀한 절정 부분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브루크너 특유의 거대한 에너지와 장대한 느낌은 바그너 음악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보게 한다.
4악장은 브루크너 교향곡들 중 가장 훌륭한 피날레 악장으로 꼽힌다. 마치 멀리서 군대가 돌진해오듯 무시무시하게 시작되는 4악장은 첫 부분부터 듣는 이를 압도해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브루크너 연구가인 로버트 심슨은 이 악장을 가리켜
“브루크너가 시도한 새로운 종류의 피날레”라 칭하며 “그 거대한 느낌이 마치 거대한 성당과 같은 건축물을 연상시킨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바그너 튜바 4대까지 가세한 막강 관악기군과 현악의 트레몰로가 자아내는 벅찬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전악장 이어듣기
.Anton Bruckner (1824 -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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