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초조로 가득 찬 도입부의 파격적인 표현
1악장 도입부에서부터 비범한 표현은 돋보인다. 마치 숨이 넘어갈 듯 긴박감에 넘치는 비올라의 반주음형에 이어 8분음표 두 개와 4분음표 하나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리듬이 계속되면서 우리를 어디론가 몰고 가는 듯한 느낌이다. 불안감을 야기하는 이 리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면서 위로 상승했다가 다시 하강하는 아치형 선율선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마치 무언가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처럼 들리기도 한다.
모차르트는 본래 알레그로 아사이(Allegro assai)로 지정했던 템포를 더 빠른 템포 지시어인 몰토 알레그로(Molto Allegro)로 바꾸어 주제 선율에 담긴 긴박감 넘치는 리듬의 추진력을 더욱 강조했으며, 발전부에서는 현악기군이나 현악기와 목관악기 사이의 대화를 실내악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이와 대조적인 오케스트라 전체 합주의 웅장한 울림을 교대로 배합하며 극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대개는 느린 템포의 서주로 시작해 웅장하고 확신에 찬 팡파르로 시작되기 마련인 18세기 교향곡 1악장의 도입부가 터질 듯한 불안과 초조로 가득했으니 당대 청중이 이 교향곡을 듣고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다. 1악장의 음악적 내용은 이토록 파격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1악장의 형식을 찬찬히 뜯어보면 18세기 교향곡으로서는 손색이 없는 완벽한 소나타 형식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하나의 선율을 여러 악기로 중복하지 않고 투명한 텍스추어를 강조하고 있어 모차르트의 음악적 의도는 선명한 음향으로 재생된다.
2악장 안단테는 매우 독특한 음악으로, 첫 8마디가 흐르는 동안 그 어떤 뚜렷한 주제 선율을 발견하기 힘들다. 오로지 저음현으로부터 서서히 전염되는 8분음표의 맥박만이 집요하게 반복되는 사이 바이올린이 쉼표로 분절된 단편적인 선율 조각들을 내뱉을 뿐이다. 이윽고 호른과 첼로가 8분음표의 맥박을 바탕으로 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면 제1바이올린이 서서히 상승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선율로 본격적인 악상을 전개해나간다.
어두침침하면서도 감각적이며 고통과 애수가 혼합된 이 악장에서 모차르트는 1악장에서 구사했던 고통스러운 반음계 화성의 세계를 계속 탐구해 나간다. 2악장에선 특히 두 개의 음표로 2도 음정을 하행하는 작은 동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고전주의 관현악의 이디엄을 확립한 만하임 악파의 기술적 용어로는 ‘한숨’을 쉬는 것을 의미한다.
갈등의 미뉴에트와 폭발하는 4악장의 격정
3악장 미뉴에트에 이르면 바흐의 음악을 방불케 하는 다성음악과 복합 리듬이 펼쳐지며 더 이상 프랑스 궁정에서 추던 우아한 미뉴에트의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다. 3악장이 시작되면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한 패가 되어 3/4박자를 2박자의 음악으로 바꾸어놓으면 비올라와 첼로, 그리고 나머지 관악기들은 본래의 3박자를 고수하며 팽팽하게 대립한다.
엇갈린 리듬에서 오는 긴장감이 3박자의 우아한 미뉴에트를 지극히 투쟁적인 음악으로 바꾸어놓는다. 다행히 중간 트리오 부분에선 G장조의 편안한 음악이 나타나며 미뉴에트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듯하지만, 더욱 격렬한 4악장으로 이어지면서 이 교향곡에 감돌던 갈등과 격정은 열병처럼 번져나간다.
4악장은 모차르트가 쓴 음악 중 가장 격한 음악이다. 만하임 악파의 용어로 ‘로켓’이라 부르는 상승하는 선율에 이어 전체 오케스트라가 큰 소리로 무례하게 끼어들며 폭력적으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제1주제의 이중적 성격은 계속해서 4악장에 갈등 상황을 만들어내고, 발전부에 이르러서는 다성적인 모방을 거듭하며 격하게 움직여 간다. 그러나 고전주의 음악답게 이러한 정신분열적 이중성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리듬 패턴은 그 모양새를 계속 유지하면서 서서히 돌파구를 찾아나가며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