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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편지 - 4 / 이 해인

P a o l o 2008. 8. 16. 12:53
        가을 편지- 4 - 이 해인 - 하찮은 일에도 왠지 가슴이 뛰는 가을 나는 당신 앞에 늘 소심증(小心症) 환자(患者)입니다 내 모든 잘못을 고백하고 나서도 죄는 여전히 크게 남아 있고 내 모든 사랑을 고백하고 나서도 사랑은 여전히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것 이것이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초조합니다 뜰에는 한 잎 두 잎 낙엽이 쌓이고 내 마음엔 한 잎 두 잎 시(詩)가 쌓입니다 가을이 내민 단풍빛의 편지지에 타서 익은 말들을 적지 않아도 당신이 나를 읽으시는 고 요한 저녁 내 영혼의 촉수 높여 빈방을 밝힙니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스럽게, 더 홀가분 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습니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 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함을 깨우쳐 주셨읍니다. 그리고 참으로 삶 의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찮고 짜증스럽기조차 한 일상(日常)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디어 내야 한다 는 것을.
출처 : 가을 편지 - 4 / 이 해인
글쓴이 : 도 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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