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편지(16~20 / 이해인
16
당신은 늘
나를 용서하는 어진 바다입니다.
내 모든 죄를 파도로 밀어내며
온몸으로 나를 부르는 바다.
나도 당신처럼 넓혀 주십시오.
나의 모든 삶이
당신에게 업혀가게 하십시오.
17
17
당신은 늘
나를 무릎에 앉히는 너그러운 산,
내 모든 잘못을 사랑으로 덮으며
오늘도 나를 위해 낮게 내려앉는 산.
나를 당신께 드립니다.
나도 당신처럼 높여 주십시오.
18
18
당신은 내 생에 그러진
가장 정직한 하나의 선(線).
그리고 내 생에 찍혀진
가장 완벽한 한 개의 점(點).
오직 당신을 위하여
살게 하십시오.
19
19
당신이 안 보이는 날.
울지 않으려고 올려다 본 하늘 위에
착한 새 한 마리 날고 있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무언의
높고 재빠른 그 나래짓처럼.
20
20
당신은 내 안에
깊은 우물 하나 파놓으시고
물은 거저 주시지 않습니다.
찾아야 주십니다.
당신이 아니고는 채울 수 없는 갈증.
당신은 마셔도 마셔도 끝이 없는 샘,
돌아서면 즉시 목이 마른 샘
당신 앞엔 목마르지 않은 날
하루도 없습니다.
비발디 사계: 가을
출처 : 가을 편지(16~20) / 이해인
글쓴이 : 에반제린 원글보기
메모 :
'시 , 좋 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상사 (想思) - 김남조 (0) | 2006.09.05 |
---|---|
[스크랩] 어느 날의 커피 - 이해인 (0) | 2006.09.05 |
[스크랩] 가을 엽서 / 이해인 (0) | 2006.08.30 |
[스크랩] 가을에 꿈하나 갖고싶다 (0) | 2006.08.30 |
[스크랩] 더 깊이 사랑하여라 - J. 갈로 (0) | 2006.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