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難破船)
-7.불의 戀奏 - 황운헌
……기적은 아름다웠다.
노오란 빛을 퍼뜨리는 달이 뜨고
불꽃처럼 아편처럼
해일 수 없이 별이 뜨고 달이 뜨고
밤이 차가운 손끝에 머물렀다.
마른 잎을 모아 불을 피웠다.
차가운 손에서 불이 부활을 변주하듯
익사한 늙은 수부가 소생하였다는
전설이 되풀이 되고,
며패가 없는 짙푸른 바다속에서
숱하게 신화를 조상(彫像)하던
늙은 수부의 손이 파아란 불을 피우며
아즉히 침몰했던 범선을
꽃보라치는 풍토를 변모시킨다.
늙은 비둘기를 추방한 땅
먼 하늘에서
분노에 찬 제신(諸神)의
북소리가 울려오고
산과 숲과 벌건 바위가
무너져내리드라도
……기적은 눈부셨다.
짙은 꽃내 풍기는 도취 속에서
늙은 수부는 범선을 타는
꽃보라치는 풍토(風土)로 간다.
…………
불로 변신하는 마른 잎에 쪼이는
차가운 손이 부신 기적에 떨고
―늙은 수부는 깊은 잠속에 묻혀 버린다.
하얀 꽃가루가
소리도 없이 휴식을 밟고 흩어진다.
*
황운헌 님은
1931 함경도 단천 출생. 연세대 졸업
1957 <<문학예술>>에
시 <손>, <석상>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3 브라질 이민.
주요 저서 시집 목록
시집 <불의변주> 1969
시집 『산조로 흩어지는 것들』
먼 나라에서 쓰는 사랑과 그리움의 편지 -브라질의 민혜진 시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