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의 대표적인 연가곡으로는 하이네의 시를 가사로 한 <노래모음집(Liederkreis, Op.24)>, 아이헨도르프의 시를 토대로 한 <노래모음집(Liederkreis, Op,39)>, 사미소의 시에 붙인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 Op.42)>, 그리고 하이네의 시를 바탕으로 한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등이 있다. 이 가운데 사미소(A.v.Chamisso 1781-1838)의 시를 가사로 한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슈만의 활동이 가장 왕성했던 1840년에 작곡된 것으로 선율의 아름다움과 서정성에 있어서 더없이 탁월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여인의 생애를 줄곧 '사랑'의 측면에서 묘사한 곡들로서 서로 연속적인 성격을 띤다. 즉 여인의 일생을 통해 거치게 되는 단계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은 그의 약혼자 클라라와의 결혼을 오랫동안 미루다 마침내 성사를 본 직후여서 더욱 그러하다.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한 여인이 처녀시절과 미망인이 되기까지의 삶을 노래한 연가곡으로 제1곡-3곡은 연모하는 남성과의 만남에서부터 사랑하기까지를,
제4곡-5곡은 결혼의 행복한 나날들을,
6곡-7곡은 출산으로 어머니가 된 기쁨을,
제8곡은 남편의 죽음으로 마침내 미망인이 돼 버린 여인의 삶을 각각 묘사하고 있다.
1곡 Seit ich ihn gesehen(그이를 만나고 나서)
순진한 처녀의 첫사랑의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내가 그를 보았던 이후로 나는 눈이 멀어진 것 같이 여겨진다. 내가 어디를 바라보더라도 나는 오직 그만을 떠올리게 된다."(1연 1-2행) "그밖에 내 주의의 모든 것은 빛과 색을 바래고 있다. 자매들과 노는 것도 이제 더이상 흥미가 없다."(2연 1-2행)
2곡 Er, der Herrlichste von allen(가장 훌륭하신 그 님)
사랑하는 남성을 격정적으로 찬미하는 밝은 빛이 강렬한 반면, 처녀 자신으로서는 그에게 선택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절망감이 대비되는 작품이다.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훌륭한 사람, 부드러우며, 그 얼마나 상냥한가! 사랑스러운 입술, 해맑은 눈동자, 밝은 마음, 단호한 용기를 지니었다."(1연) "모든 여인중에 가장 존구니한 여인만이, 당신의 선택을 행복하게 하리다 그리고 나는 그 고귀한 사람을 몇천번이라도 축복하리라."(5연)
3곡 Ich kann's nicht fassen(나는 이해하지도, 믿어지지도 않아요)
사랑하는 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 여인의 기쁨을 노래한 것이다. "오오, 꿈속에서 죽고 싶어라, 그대의 가슴에 안긴 채 행복한 죽음을 맛보고 싶어라, 한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3연)
4곡 Du Ring an meinem Fingler(나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약혼반지를 처음 겨 본 처녀의 즐거운 마음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 너 나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여, 바로 그때에 너는 나를 일깨워 주었네, 나의 눈을 더 뜨게 해 주었네, 무한히 깊은 삶의 가치에"(3연)
5곡 Helft mir, ihr Schwestern(나를 도와줘요, 자매들이여)
결혼하는 처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그리는 한편, 가족과 헤어지는 석별의 정을 묘사한 노래이다. "나를 도와워요, 자매들이여, 나를 꾸며줘요, 행복한 오늘 나를 위해 수고해 주세요, 나의 이마에 열심히 묶어 주세요, 활짝 핀 미르테 꽃의 장식을"(1연) 그이에게 장미 봉오리를 가져다 주오, 하지만 그대 자매들이여 나는 슬픈 마음으로 인사 드려요, 그대들과의 생활에서 기쁘게 헤어지면서"(5연)
6곡 SuBer Freund, du blickest(상냥한 사람, 그대는 나를 바라본다)
여인의 사랑과 행복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상냥한 그대여, 그대는 바라보고 있어요, 나를 이상스럽게 여기며, 그대는 이해할 수 없을거에요, 내가 왜 울 수 밖에 없는지를, 촉촉히 젖은 진주의 낯설은 장식이, 반짝거리며 기쁘게 흘러내리게 해 주세요, 나의 눈 언저리에서"(1연) "여기 나의 침대 옆에는 요람의 공간이 있어요, 여기있는 요람이 고요히 감추어 주어요, 행복한 나의 꿈을, 아침이 찾아올 때 그대 꿈에 깨어나요, 그러면 그 요람에서 그대를 닮은 얼굴이 나를 보고 웃으리니, 그대를 닮은 그 모습이!"(4연)
7곡 An meinem Herzen, an meiner Brust(나의 마음에 , 내 가슴에 안긴)
아이를 낳은 여인이 비로소 어머니가 된 즐거움을 행복하고 평온한 악상으로 구성하고 있다. "나의 마음에, 내 가슴에 안긴, 그대 나의 기쁨, 그대 나의 즐거움이여!, 행복은 사랑이며, 사랑은 행복이라, 나는 말하였네, 이것을 취소할 수 없다고"(1연) "엄마만이 혼자서 알고 있어요, 사랑이란 무엇이며 행복이란 어떤 것인지를, 오오 하지만 남편은 얼마나 가엾은지, 엄마가 느끼는 행복을 느낄수가 없으니!"(3연) "너 사랑하는, 나의 천사여, 너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는구나"(4연)
8곡 Nun hast du mir den ersten Schmerz getan(그대는 지금 처음으로 고통을 나에게 주었어요)
그동안 행복하게 지내온 여인이 끝내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넋두리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금 그대는 나에게 처음 고통을 주셨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아프게 하네, 그대는 잠들어 있네, 그대 매정하고, 무정한 남편은, 죽음의 잠을 들고 있네"(2연)
슈만은 선율 하나하나를 시상에 초점을 맞췄다. 밝은 표현이나 찬미하는 가사에는 상행하는 도약선율을 사용했고, 곡의 클라이막스에서는 높은 음의 사용과 순차적인 상행진행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시(가사)와 잘 어우러진 성악성부를 반주부가 효과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 기쁜 심정과 경쾌한 느낌이 드는 시에서는 분산화음과 스타카토를 즐겨 썼으며, 긴장과 이완부분에 있어서는 순차적인 상,하행 진행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슈만가곡의 특징인 후주에서는 곡 전체를 정리해 주는 듯한 독립성을 엿볼수 있다.
연가곡 제8곡의 후주는 제1곡을 재현시켜 냄으로써 여인이 지난날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케하는 효과를 꾀함과 동시에 이를 통해 연가곡 전체를 하나로 묶는 기능을 담당케 한 것이다. 예술가곡(LIed)이 시와 음악의 결합으로써 탄생되는 '조화의 결정체'라고 할 때 이 두쟝르를 일체화시키는 방법은 가곡창작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슈만이 살았던 낭만시대의 음악관은 무엇보다 작곡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이 최대한 존중되었던 시대였던 만큼 가사에 적합한 다양한 양식의 개발이 그 어느 시대보다 진척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