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십니다. 소녀의 마음의 이 슬픔을,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처럼 스스로를 느끼면서도 그러나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영혼을...
많은 것들이 저희들의 마음속에 의미를 남기고 갔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부드러운 것, 상냥한 것들뿐입니다.
이를테면, 그윽한 정원이라든가 죽음 밑에 기어드는 벨벳 베개라든가 당황하리만큼 상냥하게 저희들을 귀여워해주는 그 무엇들- 그러나 많은 말은 너무나 멀리에 있습니다.
말은 의미에서 벗어나, 이 세계에서 떨어져가서 마리아여, 당신의 왕좌를 둘러싸고 높아가는 음악을 듣는 듯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은 이 말의 무리에 미소를 짓습니다.
당신의 아들을 살펴보소서.
처음 당신의 정원이 되어 덩굴과 화단으로 당신의 고우심을 가리고자 하였습니다. 어머님 같은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곧잘 당신이 돌아오시게 하기 위하여 그러나 당신이 오가실 때에 무엇인가 함께 따라 들어와, 당신이 하얀 화단에서 저를 부르실 때마다, 그것이 빨간 화단에서 저를 부르는 것입니다.
마리아여- 당신이 우심을...저는 압니다. 저도 울고 싶사옵니다.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돌 위에 가만히 이마를 대고 조용히 흐느끼고 싶사옵니다. 당신의 두 손은 뜨겁습니다. 당신의 두 손은 뜨겁습니다. 그 손에 나의 손이 닿았더라면 당신의 노래 하나 남았을 것을.
그러나 시간은 죽어갑니다. 유언도 없이...
어젯밤 꿈에, 고요히 별이 하나 반짝이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말씀을 느꼈습니다. "이 별처럼 고요히 밤에 피어나리라."
갖은 힘을 다하여 애썼습니다. 꼿꼿이 우아하게, 내의의 눈(雪)속에서 몸을 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꽃피어나옴이 괴로워졌습니다.
어찌하여 당신의 무릎에서, 어찌하여 마리아여, 그렇게 많은 빛이 많은 원한이 풀려나왔습니까? 당신의 신랑은 누구였습니까?
당신은 자꾸만 부르십니다. 그러나 까맣게 잊고 계십니다. 당신은 이제, 철없던 저에게로 오셨던 바로 그분이 아니심을.
저는 아직도 꽃처럼 젊습니다. 어찌하여 제가, 발을 돋우어 당신의 모든 어둠을 지나, 아가에서 수태고지에로 이르는 당신의 정원으로 가야 합니까?
저의 맑은 머리카락이 짐스럽습니다. 봄이 거의 무르익었음을 알기에 꽃피어나면서도 벌써 퇴색하여 무거워진 레몬 나무 가지 하나가 하늘거리며 머리카락 속에서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이 불안스러운 장식을 저에게서 거두어주옵소서. 당신은 아직도 신선하고, 초록색을 하고 계시옵니다. 당신의 가지에 뒤섞여 당신의 소녀들이 미르테처럼 꽃피어 있사옵기에.
옛날에는 언제나 저는 품위가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당신의 기적을 둘러싸고 있던 아름다운 천사의 무리들처럼. ...저의 어머님은 꼭 당신을 닮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님의 키스가 쌀쌀해진 후로는 저는 늘 서러운 것입니다. 남몰래 귀를 기울이고, 서두르기만 하고 또 예감하고 하는 것은, 모두 새로운 애정을 희구하는 저의 손더듬이옵니다
남들이 다 말합니다. "너는 시간이 많다.무엇이 또 부족한가?" 저는 금붙이가 없사옵니다. 어린애의 옷으로는 걸을 수 없습니다. 벌써 남들은 다 신부답고 맑고 아늑하기에 말입니다. 얼마간의 공간이 부족할 뿐입니다. 저는 지금 추방되고 있사옵니다. 저의 꿈은 보다 더 좁아져갑니다. 비단 옷의 깃에서, 높이 두 손을 꽃피는 나무까지 쳐들 수 있는 그만큼의 공간이...
이 걷잡을 수 없는 세찬 그리움에 저의 누이들이 괴로워지면, 그녀들은 자비로운 당신의 모습에로 달아납니다. 그러면 당신은 품을 벌리고 그녀들의 앞에서 바다처럼 퍼집니다. 당신은 상냥히 그녀들에게로 밀려와, 그녀들은 당신이 주옵신 길을 따라 당신의 품속으로 구원됩니다- 그리고 천천히 바라봅니다. 어느덧 그리움이 잔잔히 가라앉아 파란 여름철의 비가 되어 포근한 섬 위에 내리는 것을
그러나 나는 느낍니다. 얼마나 스스로가 따뜻하고 따뜻해는가를- 여왕이시여, 또한 밤마다 더욱 가난해지고, 아침마다 더욱더 피곤해지는가를.
저는 흰 명주옷을 찢사옵니다. 그리고 내 겁먹은 꿈은 외치옵니다. 오오 내게 당신의 슬픔을 주십시오. 오오 우리들 두 사람에게 꼭 같은 기적으로 상처를 주십시오.라고
*릴케는 고독의 시인이면서 동시에 기도의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마리아께 드리는소녀들의 기도>에서 소녀들이 성모 마리아에게 기도드리는 형식을취하여, 비둘기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애수에 젖은 서정시의 높고 완성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