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젤린-序詩 / 롱펠로우
여기는 태고의 원시림.
황혼녘 아련할 때면,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가 푸른 이끼에 싸여
마치 슬픈 예언자의 목소리 지닌
옛 드루이드의 성직자처럼,
가슴까지 턱수염 나풀거리는
은발의 하프 연주자처럼 서 있습니다.
바위 동굴에서 들려오는
바다의 드높고 장중한 소리는
이 태고의 원시림이 울부짖는 비명에 화답하는 것인가.
여기는 태고의 원시림.
그러나 사냥꾼의 발소리에 놀란 사슴같이
이 숲속에서 가슴 설레던 사람들은
지금 모두 어디 갔을까?
숲속을 흐르는 물줄기처럼 살아
지상의 생활에서도 천국의 모습 같아 보이던
아카디아의 농부들,
그 농부의 초가 마을은 지금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름답던 농장들은 황폐해지고
농부들은 영원히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10월의 찬바람에 휘날리는 가랑잎처럼
바다 건너서 산산이 흩어져 갔습니다.
다만 그랑프레 마을의 슬프디슬픈 전설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대, 참고 견딤으로써
소망이 이루어짐을 믿는 이여,
그대, 여자의 아름다움과 곧은 정절을 믿는 이여,
귀를 기울이라,
숲속의 소나무들이 지금도 노래하는
저 애달픈 전설을.
귀를 기울이라,
이 행복의 마을 아카디아의 사랑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