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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슈만 / `카니발`(Schumann, Carnaval) Op.9

P a o l o 2017. 11. 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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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umann, Carnaval Op.9

슈만 / '카니발'

Robert Schumann 1810-1856


 


 

1833년부터 1835년 사이 20대 초반의 슈만이 작곡한 <카니발 Op.9>는 작은 무곡들을 모아놓은 <나비 Op.2>와 같은 그의 초기 작품들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확장된 일종의 가장무도회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흥청거리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인물들과 더불어 파가니니, 쇼팽, 슈만,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미래의 부인인 클라라 비크까지 출연한다. 특히 슈만은 1인 2역으로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로 각각 등장하는데, 이들 창조적인 캐릭터는 폭풍과도 같은 열정과 시인으로서의 서정성을 갖추고 있다. 원래 슈만이 의도한 제목은 ‘카니발: 4개의 음표에 의한 촌극’(Fasching: Schwänke auf vier Noten)이었다.

4개의 음에 숨겨진 낭만적인 의미

이 제목은 두 개의 음악적 암호를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ASCH와 SCHA다. 독일 기보법으로 H는 B 내추럴을, S(음성학적으로)나 Es는 E플랫을 뜻하는 반면 A플랫은 추가적으로 As로 표기되곤 한다. 이렇게 보았을 때 ASCH 모티브는 음악적으로 두 개의 다른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하나는 A-E플랫-C-B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하게 A플랫-C-B다. 글자 그대로를 본다면 Asch라는 단어는 당시 슈만의 피앙세였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이 태어난 도시의 이름으로, 비록 그 순서는 다르지만 슈만은 자신의 이름에도 이 네 개의 알파벳이 들어 있는 것(SCHumAnn)에 대해 기뻐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는 나중에 “Fasching”이라는 단어 대신 이음동의어인 “Carnaval”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선택했는데, 그는 이 첫 제목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선택한 제목에는 ASCH의 글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으로, 그는 이후 <빈 사육제의 촌극>(Faschingsschwänke aus Wien) Op.26에서 기어코 이를 사용하고야 만다.

 




Mitsuko Uchida plays Schumann's Carnaval, Op.9

Part I: 1. Préambule 2. Pierrot 3. Arlequin 4. Valse noble

Part II: 5. Eusebius 6. Florestan 7. Coquette 8. Réplique 9. Sphinxes 10. Papillons

Part III: 11. ASCH - SCHA (Lettres dansantes) 12. Chiarina 13. Chopin 14. Estrella 15. Reconnaisance 16. Patanlon e Colombine 17. Valse Allemande

Part IV: 18. Aveu 19. Promenade 20. Pause 21.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 Philistins

아르투르 슈나벨의 마지막 애제자이며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인 우치다 미츠코(内田光子, 1948~ )는 슈만 앨범 녹음에서 절제된 해석으로 내면의 성숙을 보여주었습니다. 2012년 5월에 클래식 음악계의 최고 영예 중 하나인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첫 부분에는 주요인물들이 등장하며 카니발의 분위기를 띄운다. 싱커페이션으로 절뚝거리며 슬퍼하는 듯한 ‘피에로’와 역시 불완전한 발걸음을 보여주는 ‘아를레캥’이 먼저 등장하고 ‘고상한 왈츠’가 흘러나온 뒤 슈만의 분신들인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이 모습을 드러내며 낭만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성격을 내민다. 다시 한 번 발랄한 무곡인 ‘코케트'가 등장하여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이어지는 8번곡인 ‘응답’과 ‘스핑크스’, 9번 ‘나비’가 차례로 연주되며 일종의 수수께끼와 같은 의뭉스러움을 남긴다.

여기서 슈만은 자기 자신만 알아볼 수 있는 음악적 암호를 의도적으로 설치해 놓았는데, 특히 ‘응답’에 대한 대구라고 말할 수 있는 ‘스핑크스’는 여덟 개의 낮은 음으로 구성된 일종의 수수께끼와 같은 행으로서 많은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생략한 채 연주하지 않곤 한다.

이제 ‘춤추는 문자 ASCH-SCHA’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암시의 대목이 펼쳐진다. 클라라는 내면의 불타오르는 열정을 그린 ‘키아리나’(A플랫과 C, B로 구성된 주제)가 자신을 상징함을 확신하며 슈만의 옛 애인의 흔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그녀는 분명 이 음악은 “passionate”라고 지시되어 있고 키아리나가 이탈리아어로 발음한 자신의 이름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음이 틀림이 없다.


에르네스티네의 경우는 ‘에스트렐라’라는 제목으로 13번(서양에서는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째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듯 슈만은 바로 이어지는 ‘재회’에서 클라라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환희를 표현한다. 그리고는 ‘판탈롱과 콜롬비네’에서는 이를 함께 만끽하고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렇게 전체적인 스토리는 카니발의 시작과 슈만의 등장을 거쳐 스핑크스 앞에서 일종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비견할 수 있는 신성한 통과의례를 마친 뒤 클라라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약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파가니니와 쇼팽, 이 두 인물만큼은 음악적인 글자 해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이 둘은 슈만의 이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된 손님에 해당한다. 특히 독특한 연주기법인 스피카토와 레가토 보잉이 연상되는 ‘파가니니’는 앞선 우아한 독일 풍 왈츠인 ‘발스 알레망드’와 연결되는 준 트리오(quasi-trio)의 성격을 갖고 있고, ‘쇼팽’은 아지타토로 격렬한 낭만성을 자아내어 쇼팽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특히 슈만은 독특한 극적 감수성을 발휘하여 쇼팽이 클라라를 만나는 부분에 사랑의 메신저(ASCH의 주제가 등장)처럼, 파가니니를 이 둘을 축하해주는 역할이자 새로운 분위기로 전환하는 인터메초 성격으로 그려냈다. ‘프레앙뷜(서주)’에서도 역시 암호적인 성격은 드러나지 않는다. 이 첫 곡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행진곡과 부분적으로 닮아 있으면서(슈만이 자주 사용한 수법) 전체적으로 순환적 구조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슈만이 미완성으로 남긴 슈베르트의 ‘동경의 왈츠’(sehnsuchtswalzer) 주제에 의한 변주곡의 토대가 되었다.

오이제비우스가 변장한 플로레스탄의 독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고백’과 풍요로운 빛으로 가득 차 있는 ‘프롬나드’로 이어지며, 짧은 ‘휴식’의 혼란스럽고 고조되는 분위기를 거치며 이제 대의를 위한 결전의 순간이 왔음을 암시한다. 마지막 ‘필리스틴에게 대항하는 다비드 동맹 행진곡’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의 춤’(Grossvatertanz)을 인용한 것으로, 첫 곡에 대한 수미상관법일 뿐만 아니라 <나비 Op.2>의 마지막과 <젊은이의 앨범 Op.69>의 39번곡에서도 역시 등장하는 이 멜로디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며 다비드 동맹회원들의 반동적인 힘을 과시하고 있다.


슈만이 이름 붙인 필리스틴은 보수적이고 속물적인 사람들과 예술을 팔아먹는 장사꾼을 가리키는 총칭으로 이에 대해 자신의 음악 신보를 중심으로 한 진정한 예술가-평론가 집단인 다비드 동맹이 승리를 거둔다는, 어딘지 돈키호테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과대망상적이면서도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결말로 이 떠들썩한 작품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슈만 <카니발> 전 21곡에 대한 간단한 보충 정리입니다.

1. Préambule (서주): 인사말이자 서곡이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미리 설명하는데 반복되어 나오는 4성 코드의 특이한 배열이 듣는 이를 흥분시킨다. 앞으로 나올 인물들을 위해 무대를 설정하는 서곡이라 할 수 있겠다.

2. Pierrot (피에로): 익살스럽지만 왠지 사색적이고 쓸쓸한 피에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3. Arlequin 아를레캥: 사육제에 꼭 등장하는 익살스런 인물로 항상 즐겁게 춤을 춘다. 앞의 피에로와 더불어 아를레캥은 극 분위기를 돋운다.

4. Valse noble (고상한 왈츠): 마치 슈베르트 곡처럼 부드럽다.

5. Eusebius (오이제비우스): 내성적이고 명상적인 오이제비우스는 슈만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다.

6. Florestan (플로레스탄): 오이제비우스와는 대조적으로 명랑하며 열정적인 플로레스탄 역시 슈만 자신의 반영이다.

7. Coquette (코케트): 아양. 발랄한 춤곡.

8. Réplique (응답): 앞의 ‘코케트’에 이어져 '응답'을 한다. 거의 앞 곡의 에코 역할을 한다.

Sphinxes (스핑크스): 이 스핑크스에는 별도의 번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A,S,C,H 문자-음 놀음을 곡 중간에 얹어놓았고 이 부분은 연주하지 않는다.

9. Papillons (파피용): 나비. 이 곡은 Op.2의 <파피용>과는 선율적 관련이 전혀 없다.

10. ASCH. - SCHA. Lettres dansantes (춤추는 문자): 글자들의 춤이다.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11. Chiarina (키아리나): 키아리나는 슈만의 평생 연인 클라라를 이탈리아어로 부른 말이라고 한다. 매우 격정적인 곡이다.

12. Chopin (쇼팽): 아지타토로 격렬한 낭만성을 자아내어 쇼팽의 환상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쇼팽과 파가니니는 슈만의 이 개인적인 공간에 초대된 손님들이다. 슈만은 쇼팽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13. Estrella (에스트렐라): Asch 마을에 사는 에르네스티네를 가리킨다. 그녀는 슈만이 한때 사랑했던 여인이다.

14. Reconnaissance (재회): 카니발의 혼잡 속에서 옛 친구를 재회한 기분. 상당한 기교를 요하는 어려운 곡이다.

15. Pantalon et Colombine (판탈롱과 콜롬비네): 판탈롱과 콜롱비네는 또 다른 광대들인데 판탈롱은 양말과 바지가 하나로 붙은 옷을 입고 있으며 콜롱비네는 그의 애인이다.

16. Valse allemande (발스 알레망드): 독일의 슈바벤 지방에서 행해지던 춤곡이다.

17. Paganini, intermezzo (파가니니, 간주): 갑자기 독일 풍 왈츠가 중단되고 등장하는 스타카토의 기교. 바이올린의 귀재인 파가니니를 나타냈다.

18. Aveu (고백): 젊은 남녀의 사랑의 속삭임과도 같다.

19. Promenade (산책): 역시 젊은 두 남녀는 춤을 추듯 꿈길에서 산책한다.

20. Pause (휴식): 혼란스럽고 고조된 분위기. 휴식이라기보다 대의를 위한 결전의 순간이 다가왔음을 암시한다.

21. Marche des Davidsbündler contre les Philistins (필리스틴에 대항하는 다비드 동맹 행진곡): 필리스틴(블레셋) 사람들에 대항하는 다비드(다윗) 동맹의 행진이란 제목이 붙은 이 피날레는 엄청난 파워로 극적인 끝을 맺는다. 필리스틴은 보수적이고 속물적인 사람들과 예술을 팔아먹는 장사꾼을 가리키며, 이에 대해 진정한 예술가-평론가 집단인 다비드 동맹이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출처 : 관악산의 추억(e8853)
글쓴이 : 이종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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