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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풀랑크 /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중 3막 4장 `살베 레지나`

P a o l o 2016. 2. 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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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logues des Carmélites: Finale 'Salve Regina'

풀랑크 /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 3막 4장 '살베 레지나'

Francis Poulenc 1899-1963  


 



 


프란시스 풀랑크의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1794년 7월 17일 16명의 카르멜회 수녀들이 기요틴(단두대)에 처형되는 비극이 벌어진다. 여기서 잠깐. 가톨릭 수호국가임을 자랑하던 프랑스에서 카르멜회 수녀들이 단두대 형에 처해지다니? 이러한 참사가 왜 일어났는가를 알려면 먼저 그 시대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당시 혁명을 이끌던 국민의회는 개혁을 수행하면서 재정이 딸리자 교회 재산을 압수하는 조처를 취했다. 게다가 급기야는 성직자를 국가의 통제 아래 두는 ‘성직자 기본법’이란 걸 만들고는 선서를 강요했다. 이에 거의 모든 성직자들이 저항에 나서자 단두대 처형이라는 극형까지 하는 등의 탄압이 자행되었으며 이 공포정치의 와중에 카르멜회 수녀들도 희생되었던 것이다.


플랑크는 카르멜회 수녀들이 순교한 이 역사적 사실을 오페라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이 사건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독일의 여류작가 르 포르(Gertrud von le Fort)가 1931년에 <단두대에 선 마지막 여인>이란 소설을 발표하였고, 이 원작을 기초로 1949년 프랑스의 대표적 가톨릭 작가 베르나노스(Georges Bernanos)가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란 제목의 영화 시나리오로 각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953년 8월부터 플랑크가 작곡에 착수 3년여 만에 완성하여 195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첫 공연에 올려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이다.


단두대 앞에 선 16명의 수녀. 죽음을 앞둔 수녀들이 부르는 ‘살베 레지나’(Salve Regina_ 성모 찬송)의 비장한 선율과 수녀들이 한 사람씩 단두대 아래 스러질 때마다 울리는 둔탁한 칼날 소리. 이전의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이 그로테스크하지만 장엄하고 감동적인 피날레에 충격과 감동을 받은 관객들의 이야기가 퍼뜨려지면서 이후 이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프랑스 오페라의 반열에 오른다.


이 작품은 기존 오페라에서 보이던 남녀 간 사랑의 아리아 대신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대화풍의 노래들이 오케스트라 음악과 맞물려 신비한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기 어린 혁명 세력들의 탄압으로 집회조차 하지 못하게 된 카르멜회 수녀들이 신앙과 삶 사이에서 번민하는 모습, 단두대에서 순교를 눈앞에 둔 죽음의 공포 등이 풀랑크 특유의 세련되고 유려한 관현악곡 선율로 표현되어 있다.

 


 



줄거리

1막

드 라 포르스 후작의 서재. 아들 슈발리에가 뛰어 들어오면서 여동생 블랑슈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른다. 마차가 폭도들에게 포위된 후로 블랑슈가 늘 공포에 사로잡혀 있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블랑슈는 콩피에뉴의 카르멜회 수녀원의 크루아시 수녀원장과 면담을 하면서 각별한 관심을 끌게 되고 결국 자신의 소원대로 수녀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녀는 또 다른 신출내기 수녀인 콩스탕스와 늘 함께 일하며 친구가 된다.

 

2011년 5월 5일, 국내 초연 장면.

 

노환을 앓던 수녀원장 크루아시의 임종 자리. 수녀원장은 블랑슈에게 작별의 말을 하고 나서 축복을 해준다. 그런데 숨을 거두기 전 죽음을 겁낸 수녀원장은 “수녀원은 더럽혀지고 제단은 둘로 갈라졌다”고 수녀원장 답지 않은 말을 내뱉는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블랑슈는 혼란에 빠진다.

 

2막

블랑슈와 콩스탄스가 예배당에 안치된 수녀원장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콩스탕스가 교대할 수녀를 깨우러 자리를 뜨자 블랑슈 혼자 서 있다. 수녀원장의 마지막을 본 블랑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블랑슈가 몹시 두려워하는 것을 본 마리 수녀가 두려울 것이 없다며 안심시킨다.


블랑슈와 콩스탕스가 꽃으로 만든 십자가를 운반한다. 후임 수녀원장으로 마담 리두안이 취임한다. 슈발리에가 외국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여동생 블랑슈를 보려고 수녀원을 찾아온다. 슈발리에는 여동생에게 수녀원을 떠나라고 말한다. 블랑슈는 오빠의 말을 듣지 않고 수녀원에 남는다.

 

2011년 5월 5일, 국내 초연 장면.

 

성구 보관실에서 주임사제가 수녀들에게 혁명정부가 미사 집전을 금지했다고 말한다. 수녀들이 만연하고 있는 공포에 대해 토의를 한다. 마리 수녀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자고 말한다. 리두안 수녀원장은 스스로 순교자가 되려 할 수는 없다고 반대한다. 혁명정부의 행정관들이 들어와 수녀원의 재산을 압수하겠다고 통지한다.


3막

마리 수녀가 모두 순교 서약을 하자고 주장하고 만장일치를 조건으로 투표에 들어간다. 반대표가 한 장 나오지만 콩스탕스가 나서서 자기가 반대표를 던졌는데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블랑슈는 도망친다.


장면은 드 라 포르스 후작 저택의 서재. 블랑슈가 자신의 집을 점거한 혁명가들의 하녀로 일하고 있다. 후작은 이미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블랑슈는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 블랑슈에게 마리 수녀가 찾아와 주소 하나를 알려주며 내일 밤까지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2011년 5월 5일, 국내 초연 장면.

 

장면은 바스티유 광장 근처 큰길. 수녀들이 반역죄로 체포되어 감옥에 갇힌다. 리두안 수녀원장은 수녀들을 격려하며 태도를 바꾸어 순교의 서약을 함께 이행하겠다고 선언한다. 수녀 모두에게 혁명규율을 어긴 죄로 사형이 선고된다.

 

장면은 혁명광장. 단두대가 설치된다. 수녀들은 ‘살베 레지나’를 부르고 있다. 리두안 수녀원장부터 한 사람씩 단두대로 향한다. 그때마다 섬찟하게 울리는 칼날 떨어지는 소리. 한 사람씩 줄면서 소리도 작아진다. 마지막으로 콩스탕스 차례이다. 단두대가 설치되어 있는 단으로 올라가던 그녀의 눈에 군중 사이로 블랑슈가 ‘살베 레지나’를 부르며 걸어 나오는 것이 들어온다. 콩스탕스는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떼고 블랑슈는 콩스탕스의 뒤를 따른다. 

 

2004년 4월,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공연. 이번 한국 공연이 조명, 의상, 색채 등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한다.

 

오페라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는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5월 5일~8일 국립오페라단이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와 아시아에서 처음 공연을 하였다.

 

한국 초연에는 2008년 ‘공연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상을 받은 프랑스 천재 연출가 스타니슬라스 노르디가 연출을 맡았으며,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해온 지휘자 다니엘 카프카가 코리안 심포니오케스트라와 모스트보이시스 합창단을 이끌었다.

 

또한 프랑스 최고 문화상인 ‘문화예술 공로훈장 기사장’과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황금 기러기상’을 수상한 현존 프랑스 최고의 소프라노 아닉 마시스와 독일 슈베린 극장의 주역 가수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박현주가 주인공 수녀인 블랑슈 역을 번갈아 맡았다.

 

메조소프라노 실비 브뤼네(크루아시 수녀원장), 소프라노 임세경(리두안 수녀원장), 메조소프라노 정수연(마리 부원장수녀), 소프라노 강혜정(콩스탕스 수녀), 메조소프라노 김수영(마틸드 수녀) 등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는 국내외 유명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하였다.

 

카르멜회는 우리나라에서는 가르멜회로 통칭되는 수도회입니다. 구약의 예언자 엘리야가 이스라엘의 카르멜 산에서 기도를 드린 후 은수자들이 모여들어 정착한 것이 시초로 특별한 창시자가 없다고 합니다. 계율이 매우 엄격한 관상(觀想) 수도회로서,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와 십자가의 성 요한이 카르멜회 출신이죠. 우리나라는 1939년 프랑스의 카르멜 수녀 2명이 서울 혜화동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한 것이 최초입니다. 수사들은 1974년부터 활동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글 끝에] 순교를 그토록 외쳤던 마리 수녀는 끝끝내 처형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유일하게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후세에 전했다고 하는군요...



 










출처 : 관악산의 추억(e8853)
글쓴이 : 이종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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