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유별난 숫자 광신 ... 6 / 8 숫자를 특별히 선호
어느 나라나 숫자에 대한 미신(迷信)이 있다. 이런 미신이 가장 강한 나라는 아마 중국일 것이다. 중국의 숫자 미신은 맹신(盲信)이나 광신(狂信)에 가까울 정도로 유별나다.
숫자는 단순한 호불호(好不好) 차원을 넘어 중국인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한다. 올림픽도 8월8일 8시8분에 시작하며, 2006년 올해 6월6일은 6 이 세 번이나 겹쳤다하여, 최고의 길일로 여기는데...... ‘666’을 기독교 문명권의 사람들은 ‘악마의 숫자’라고 부르며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그러나 중국인은 정반대로 6을 아주 좋아한다. 6(六·류)이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는 뜻을 가진 ‘류(流)’와 발음이 비슷한 탓이다. 6이 두 번 겹치는 날은 ‘류류다순(六六大順)’이라고 해서 매우 상서로운 날로 여긴다. 6월6일, 6 이 세 번이나 겹치자 중국인들은 ‘대순의 날(大順之日)’이라며 즐거워했다. 베이징(北京)에서는 이날 평소보다 10배 가까운 3100명이 결혼식을 올렸다. 베이징의 19개 혼인등기소엔 이른 아침부터 혼인서류를 접수하려는 신혼부부로 붐볐다. 길일인 이날 1등으로 접수하기 위해 전날부터 날을 샌 신혼부부도 있었다. 가게 성업을 위해 한두 달씩 개업일을 늦췄다가 이날 문을 연 곳도 많았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를 사람 없습니까? 그럼 27만2000위안(약 3264만원)으로 확정합니다.” 골동품이나 미술품 가격이 아니다. 지난달 말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경매회사에서 낙찰된 승용차 번호판의 가격이다. 번호판은 ‘폵AW6666’. ‘위에(폵)’는 광둥(廣東) 지방을 가리키는 약칭이다. 이 번호판이 이처럼 비싸게 팔린 이유는 만사가 순조롭게 잘 이뤄지도록 해줄 것 같은 ‘6’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6이 아니라 8 이다. 중국인은 이런 8자 맹신을 ‘바쯔미(8字迷)’라 부른다. ‘8’의 발음이 ‘바’로 ‘돈을 많이 번다’는 ‘파다차이(發大財)’의 ‘파(發)’와 비슷해 재운(財運)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6월22일 광저우 시가 실시한 번호판 경매에서 ‘폵APC888’은 23만7000위안(약 2844만원)에 팔렸다. 사무실이나 휴대전화의 번호도 이런 식으로 팔린다. 2004년 쓰촨(四川)항공주식회사가 경매로 구입한 사무실 전화번호 ‘8888-8888’는 261만 위안(약 3억1320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번호는 상하이(上海)에서 인터넷 경매로 팔린 휴대전화 번호 ‘135-8585-8585’는 무려 68만 달러(약 6억4178만원)에 팔렸다.
‘5’는 발음이 나를 뜻하는 ‘워(我)’와 비슷해 ‘58’은 ‘나는 돈을 많이 번다’로 해석된다.
중국인의 숫자 미신은 생활 깊숙이 퍼져 있다. 2008년 베이징에서 열리는 하계 올림픽은 8월8일 오전 8시8분에 시작된다. 8월 초순은 베이징의 낮 최고기온이 40℃를 웃도는 가장 더운 여름이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의도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8’자에 담긴 중국인의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0일 중국 후베이(湖北) 성 이창(宜昌) 시에서 거행된 세계 최대인 ‘산샤(三峽) 댐’의 완공 경축행사는 8분으로 마무리되었다. 5분이나 10분, 30분이 아닌 8분에 맞춘 것이다. 댐 공사를 위해 쌓은 임시제방을 폭파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12.888초였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숫자 의미
111 항상 1등 168 평생 잘 산다 169 계속 잘나간다(일이 잘 된다) 333 장수(長壽)한다 518 난 돈 좀 벌고 싶다 666 일이 아주 잘 풀린다 777 재물 운이 좋다 888 돈을 잘 번다 999 좋은 일이 오랫동안 계속된다
몇 년 전 허난(河南)성의 성도 정저우(鄭州)의 한 회사는 8 이라는 숫자가 돈을 많이 벌게 해주리라는 믿음에 사무실 전화번호 8888-8888를 46만4000위안(약 5568만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이 회사는 얼마 가지 않아 경영난에 빠졌고, 결국 막대한 부채를 안고 도산했다. 법원은 채권자가 소송을 내자 5000만원이 넘는 이 번호도 차압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길조를 나타내는 8, 6 이 없거나 흉조를 나타내는 4자가 있다고 해서 길흉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다.
수(隋)나라(기원 후 551~618년) 양제(楊帝) 때 허베이(河北)성 자오(趙)현에 지어진 조주교(趙州橋)는 길이 64.40m, 너비 37.02m지만 1400년이 지난 지금도 끄떡없다. 그사이 10여 차례의 대홍수와 여러 차례의 지진이 있었지만 매우 견고하게 지어진 덕분에 조주교는 현재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
빈부 격차 커지며 숫자에 더 집착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업이 번창하고 가정이 화목하며 다리가 안전한 것은 모두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지 숫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비판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과학자들은 다리의 안전은 과학적인 설계와 시공 품질에 있는 것이지 다리에 반드시 6자나 8자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숫자에 대한 미신이 뿌리 깊게 퍼져 있는 중국에서 이런 미신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개혁개방 이후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생활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숫자 미신이 더욱 기세를 부리는 게 오늘의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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