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사계절 / 이해인
꽃을 만나기 전
새 소리 먼저 들려오는 봄
봄이 오면 나도
삶을 새롭게 노래하는 새가 되렵니다
얼음 덮인 침묵 속에 겨울을 견뎌
더욱 맑고 투명해진
나의 사랑을 안고
봄과 같은 가벼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 주십시오
해 아래 서 있으면
단숨에 불길로 타 버릴 것 같은 여름
여름이 오면 나도 불꽃이 되렵니다
슬픔과 절망 속에
잃어버린 꿈 식어버린 열정
밖으로 불러내어 땀 흘리다보면
삶은 곧 축복이 될테지요?
웃음이 폭포로 쏟아지는 기쁨을 안고
여름과 같은 뜨거움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푸른 하늘도 살며시 내려와
바람소리에 가슴을 여는 가을
가을이 오면 나도 바람이 되렵니다
서남북 세상곳곳
여기저기 달려가서
생명을 불어넣는 바람
바람에 잘 익은 기도를 안고
가을 같은 서늘함으로
당신께 가는 이 마음 받아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