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 은 글

[스크랩] 한 방울의 그리움

P a o l o 2008. 5. 11. 17:01

 

 

한 방울의 그리움 / 이해인

마르지 않는
한 방울의
잉크빛 그리움이
오래전 부터
내 안에 출렁입니다

지우려 해도
다시 번져 오는
이 그리움의 이름이
바로 당신임을
너무 일찍 알아 기쁜것 같기도
너무 늦게 알아 슬픈것 같기도

나는 분명 당신을 사랑하지만
당신을 잘 모르듯이
내 마음도 잘 모름을
용서 받고 싶습니다....

 

 

 

Picture of Sheherazade (linen edition) by Christine Comyn

 

 

너에게 가겠다/ 이해인

오늘도
한줄기
노래가 되어
너에게 가겠다

바람 속에 떨면서도
꽃은 피어나듯이

사랑이 낳아준
눈물 속에
별로 뜨는
나의 시간들

침묵할수록
맑아지는 노래를
너는 듣게 되겠지

무게를 견디지 못한
그리움이 흰 모래로
부서지는데

멈출 수 없는
하나의 노래로
나는 오늘도
너에게 달려가겠다

 

 

Picture of After A Little by Christine Comyn

 

 

보고 싶은데 / 이해인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은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 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 한다는 말 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 하지만 깊디 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파도 밀려 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보고 싶은데...

 

 

Picture of Window Seat (on linen) by Christine Comyn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밤새 길을 찾는 꿈을 꾸다가
빗소리에 잠이 깨었네

물길 사이로 트이는 아침
어디서 한 마리 새가 날아와 나를 부르네

만남보다 이별을 먼저 배워
나보다 더 자유로운 새는작은 욕심도 줄이라고

정든 땅을 떠나 힘차게 날아오르라고
나를 향해 곱게 눈을 흘기네

아침을 가르는 하얀 빗줄기도
내 가슴에 빗금을 그으며 전하는 말

진정 아름다운 삶이란 떨어져 내리는 아픔을
끝까지 견뎌내는 겸손이라고 -

오늘은 나도 이야기하려네
함께 사는 삶이란 힘들어도
서로의 다름을 견디면서
서로를 적셔주는 기쁨이라고 -

 

Picture of Snapshot (box canvas) by Christine Comyn 

 

 

 

꽃잎인연 / 도종환

몸끝을 스치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마음을 흔들고 간 이는 몇이었을까...

저녁하늘과 만나고 간
기러기 수만큼이었을까.

앞강에 흔들리던
보름달 수만큼이었을까.

가지 끝에 모여와 주는
오늘 저 수천 개 꽃잎도
때가 되면 비 오고 바람 불어
속절없이 흩어지리.

살아 있는 동안은
바람 불어 언제나 쓸쓸하고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도
빗발과 꽃나무들 만나고 헤어지는 일과 같으리.

 

 

 

Picture of Forget Me Not (linen edition) by Christine Comyn 

 

 

당신은 나에게 언제나 그리움만 줍니다 /황수정

오후에 갑자기 비가 왔습니다.
창 밖으로 비를 피해 뛰어가는
사람들을 보며서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오늘 우산을 갖고 나왔을까?
갑자기 내린 이 비를 잘 피하고 있을까?
비오는 거리를 보면서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당신을 잊었는지도 모르지만
우리 처음 만난 날도 비가 왔습니다.
짙은 회색 점퍼에 달린 모자를 꺼내 쓰면서
나에게 우산을 건네 줄 때의 그 미소를,
가슴이 떨린다는 것이
어떤 거란걸 깨닫게 해 준 그 미소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미소를 떠 올리다
갑자기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부딪쳤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멍해져 버렸습니다.
이미 당신은 이 세상에 없는데
아직도 당신과 내가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다니...
난 또다시
눈앞이 흐려지는 걸 느껴야만 했습니다.

나에게 당신은 언제나 그리운 사람입니다.
당신은 나에게 언제나 그리움만 줍니다...


colorfularchway[2].gif 

 

 

 

기도 / 원태연

그 사람 아마도
무엇하나 잘 해내지
못하는 사람일 겁니다

그리고
그사람 누구하나
마음 기댈 곳 없는 사람일 겁니다
그래서 그사람
언제나 어느순간에서나
이가시린 외로움에
떨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그런 사람
내게 보내주십시오
너무나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나는 해줄 줄 아는 사람
아무것도 못하지만
나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

그런사람과
사랑하며 살다 죽고싶습니다
나와 같은 사람 꼭 같은 사람
그런 사람 만나
사랑만 하며 살다 죽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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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 방울의 그리움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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