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 은 글

[스크랩]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P a o l o 2008. 3. 7. 15:44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살아가면서 많은 것이 묻혀지고
잊혀진다 하더라도
그대 이름만은
내 가슴에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언젠가 내가 바람편에라도
그대를 만나보고 싶은 까닭입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그대와의 사랑,
그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겨두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까닭입니다..
 
두고두고 떠올리며
소식 알고픈 단 하나의 사람.
내 삶에 흔들리는
잎사귀 하나 남겨준 사람.

슬픔에서 벗어냐야
슬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듯
그대에게서 벗어나 나 이제
그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아네.
처음부터 많이도 달랐지만
많이도 같았던 차마 잊지 못할
내 소중한 인연이여...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현근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 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그 또한 사는 일이라고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출처 : 인연의 잎사귀 / 이해인
글쓴이 : 봉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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