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일기 - 이해인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드려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오고 싶다.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시화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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