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해 많이 알고 마시는 건 좋죠.
알면 알수록 오묘한 것이 와인의 세계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동안 한국 사람들에게 와인은 ‘이렇게 마셔야 한다’는 무슨 법칙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즐기면서 마시는 게 더 중요한데 이름, 생산 연도, 마시는 방식 등의 지식에 너무 얽매인 거죠.
취향에맞지 않아도 비싸기만 하면 ‘싫다’고 말 못하는 분위기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와인에 대한 그의 접근은 서양 숭배, 와인 마시는 격식 등을 중시하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과는 사뭇 다르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을 지금까지 성장하게 한 동력은 탈아입구(脫亞入歐)와 화혼양재(和魂洋材)였어요.
그래서 그들은 서양문명을 자연스럽게 숭상하게 됐죠. 이런 일본의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 ‘신의 물방울’이에요.
그런데 한국인은 일본인과 전혀 다른 의식구조를 가졌거든요.
어떠한 강자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장점 겸 단점을 가졌죠.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도 와인 이야기를 하면서 이러한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드러내요.”
그렇다면 이 교수가 와인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먼저 가격이 제게 맞아야 합니다.
명품 핸드백 가격이 국산의 100배가 된다고 품질이 100배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고급 와인은 일종의 명품 개념입니다. 브랜드나 희소성 때문에 그렇죠.
다음으로는 포도 품종을 보죠. 초보자는 자신에게 맞는 품종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와인의 라벨에는 품종 표시가 안 되어 있어요. 그래서 프랑스 와인을 고르는 게 어렵습니다.”
와인이란 무엇인가,
와인의역사와 문화, 포도품종과 와인양조법, 와인 보관법 등에 대해 다뤘다.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고르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을 먼저 고르는 것이다.
와인의 맛과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은 포도 품종이고,
개개인의 기호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 역시 포도 품종이라 할 수 있다.
아주싸고 대중적인 와인부터 세계 최고급 와인까지 다양한 품질을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전세계적으로 고르게 재배되는 대표적인 품종이다. 이는 타닌이 풍부하여 장기숙성용으로도 적합하다.
부드럽고 우아한 향의 메를로는 무겁지 않고 산도도 낮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데 적합하다.
타닌 함량이 많은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해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피노누아는 섬세하고 다루기 힘든 포도 품종이다. 맛과 향이 섬세하고 화사한 향으로 유명하다.
부르고뉴 지방에서는 피노누아만을 재배한다.
시라 혹은 시라즈는 21세기 들어 호주를 중심으로 널리 재배되는 품종이다.
묵직한 맛과 향이 강해 자극적인 와인을 만든다. 샤르도네는 산도가 낮고 신선한 과일향이 풍부하며
뒷맛이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품종이다. 리슬링은 독일과 동유럽에서 널리 재배되는
화이트 와인용 포도 품종으로 아이스와인과 귀부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이 외에도 소비뇽 블랑, 세미용, 카베르네 프랑, 말벡 등 수많은 포도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고 블렌딩한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포도 품종 와인을 찾으면 와인 맛보기 여정의 반쯤은 온 셈이다.
다음으로 와인을 좀 더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주의 깊은 보관, 적절한 온도, 와인에 맞는 음식 등도 중요하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 역시 와인을 제대로 맛보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테루아, 빈티지, 타닌, 가격, 평가 등 와인을 처음 맛보는 초보자부터 와인에
익숙한 애호가까지 와인에 대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와인 종주국 유럽에서부터 미국, 칠레, 호주, 남아공 등 급성장한
신대륙 와인까지, 세계 각국 유명 와인의 계보와 특징, 와인을 더욱 맛있게 마시는 비결 등을 다뤘다.
유럽에서도 와인 종주국은 프랑스. 역사는 이탈리아가 더 깊지만,
프랑스는 꾸준한 품질 개선으로 세계 시장에 고급와인 이미지를 뿌리내렸다.
프랑스 와인이 복잡하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품질을 까다로운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그 법의 핵심을 모르면 어떤 와인인지 전혀 알 수 없을 뿐더러 지역마다 품종과 재배·분류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대의 와인 생산국이며 기원전 2000년경부터 포도를 재배해온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국토 전체가 포도재배 가능 기후권이어서 이탈리아 20개의 주 모두가 와인을 생산하는 와인의 천국이다.
투우와 플라멩코로 상징되는 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 재배지를 가지고 있다.
120만헥타르의 거대한 경작지에서 재배한 포도로 1
5만명의 양조업자가 5000여개의 보데가(양조장)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독일 와인 산업의 역사는 독일 역사만큼이나 번영과 쇠락이 교차하는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결국 그 모든 고난과 비극을 이겨내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독일의 포도원은 위도 50도에 걸쳐있어 일조시간이 긴 경사지대에서
빨리 익고 추위에 강한 품종을 주로 재배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화이트 와인 강국이다.
신대륙 와인은 보다 나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유럽 와인 라벨에 비해 알아보기 쉽도록
포도 품종을 명기하는 방법을 택해 와인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원료와 제조기술 등 모든 것을 프랑스화하여 실제로 생산된 와인이
유럽 특히 프랑스 와인과 근본적인 차이가 없도록 만들어 무섭게 성장했다.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 1·2권>
▲ 이원복 교수 / photo 조영회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글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김소연 인턴기자ㆍ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
식약청, 와인 속 발암물질 함량 규제한다
수입 와인에서 다량의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논란〈본지 2007년10월24일자 D1면 보도〉이 보도된 지
4개월 여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문제가 된 와인 속 발암물질의 함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식약청은 이달 초 '식품의 기준 및 규격'을 개정해 와인 속 발암물질인
'에틸카바메이트(ethylcarbamate)'를 30㎍/㎏ 이하까지 함유된 제품만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발암물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에틸카바메이트 시험법'도 신설해 와인의 안전관리 기준도 마련했다.
식약청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와인 등 일부 제품에서 에틸카바메이트가
검출됨에 따라 외국의 관리규정과 위해(危害)평가를 검토해 와인의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이 기준은 식품 안전성 문제와 결부되므로 입법과정에 반대도 없었다"고 밝혔다.
에틸카바메이트는 와인의 숙성과 운송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국제암연구소(IARC)에선 발암가능물질(2A)로 분류하고 있다.
동물실험 결과 이 물질 다량 섭취 시 신장과 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단기간 일정 농도 이상 섭취하면 구토, 출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당시 식약청 조사에 따르면 수입 와인 1L에는 평균 109.5ppb(최대 364.8ppb)의
에틸카바메이트가 검출돼 미국 FDA 기준 15ppb보다 7배 이상 높았다.
식약청은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 남녀 평균 와인 섭취량(하루 0~1.3g)을 감안하면
'안전허용량(VSD)'인 20(ng/㎏/하루) 이하여서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고경화 의원은 "와인의 하루 안전 허용량은
남성 12.9~65.8g, 여성 11.1~55.3g이므로
하루 반 잔(60~65g)씩만 마셔도 위험하다"고 반박했었다.
/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2008.02.19 15:47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