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정장을 수십 가지의 악기가 모여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에 비유한다면, 넥타이는 그 오케스트라의 제1 바이올린과도 같다. 무대 중앙에 배치되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라도 금방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트를 격식에 맞게 완벽하게 차려입었다고 해도 넥타이 하나 잘못 매 전체 스타일을 망치는 사례도 많다.
엘리베이터에 타면 주위가 환해질 정도로 넥타이 컬러와 디자인이 튀는 사람이 있다. 넥타이는 물론 개성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난한 수트에 지나치게 화려한 꽃무늬 넥타이를 매는 것은 오히려 스타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장이란 세부 품목들의 각개약진이 아니라 전체적인 조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수트, 셔츠, 넥타이, 구두와 양말에 이르기까지 남자의 몸을 감싸는 모든 아이템들은 마치 와인과 음식의 궁합처럼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넥타이는 남자의 스타일을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가 아니라, 수트 자체를 완성시키는 정장의 일부다. 역사를 살펴보면 넥타이는 남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르쳐주는 강력한 상징이었고, 그것을 맨 사람이 속한 클럽과 과거에 다녔던 학교, 군대 등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했다. 특히 넥타이는 남자의 심장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제품으로서, 심리학적으로는 '남성 자체'를 상징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너무 화려한 꽃무늬는 오히려 NG.
제임스 본드처럼 매듭 지었을 땐 볼륨감 있게 매듭 풀었을 땐 구김 없도록.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 허리로 그려진 사선무늬는 영국식.
오른쪽 가슴에서 왼쪽 허리쪽으로 그려졌다면 미국식… 영국인과 미팅 할 땐 삼가야
넥타이의 매듭에 관해서라면 크게 두 가지 방안이 적용된다. 두 번 돌려서 커다란 역삼각형 모양을 내는 '윈저 노트(knot·매듭)'도 있고, 한 번 감아 돌리는 '플레인 노트'도 있다. 하지만 매듭은 원칙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본인의 얼굴 크기와 개성을 감안해서 유연하게 선택하면 된다. 더 중요한 건 매듭을 만든 다음 넥타이의 몸통을 밀어 올리기 전에, 딤플(dimple·매듭 중심부 바로 아래 원단이 접혀 들어간 홈)을 만들어 넥타이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과감한 볼륨감을 주는 테크닉이다.
이 점에 관해서라면 영국 첩보원 제임스 본드야말로 넥타이를 올바르게 매는 법을 가장 완벽히 보여주는 모델이다. 예컨대 그는 본드 걸을 유혹할 때 넥타이를 살아있도록 고쳐 맨 뒤 마티니 한 잔을 마신다. 참으로 섹시하지 않은가. 즉 매듭을 지었을 때 볼륨감이 잘 나타나고, 매듭을 풀고 나서도 구김 없이 원래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돌아오는 것이 수준 높은 넥타이가 된다. 넥타이 길이는 그 끝이 벨트를 살짝 건드리는 정도라면 안전하다. 조금 높거나 낮은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번에는 넥타이의 무늬다. 해외에 중요한 미팅이 있는 기업인이라면 감색 바탕에 물방울무늬가 우선이다. 균일하고 일관된 물방울무늬는 질서를 상징하며, 남자에게 좋은 인상을 줄 것이다. 특히 물방울무늬는 인류가 창조해낸 최초의 무늬라고도 할 정도로 전통적이면서 품위를 표현하므로, 넥타이가 하나도 없다면 제일 먼저 갖추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하겠다.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 허리 쪽으로 그려진 사선 무늬(레지멘탈·regimental) 타이는 영국의 군대와 클럽 유니폼에서 유래되었는데, 이 타이는 울 소재의 클래식 수트와 각도 넓은 셔츠와 만나면 최적의 조합으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하지만 레지멘탈과 반대의 패턴, 즉 오른쪽 가슴에서 사선으로 기울어진 패턴은 자유로운 미국식으로, 영국인들은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나비넥타이로 일컬어지는 보타이(bow tie)에 대한 제안 하나. 보타이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지나치게 자기 주장이 강하거나, 일반 넥타이를 매는 남성들과 화합할 수 없는 기묘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오해다. 보타이는 처음 그 순간의 낯섦만 극복한다면 매일 착용해도 괜찮은 품목이다. 또 각종 파티에 참석하기에 더없이 완벽한 소품이 된다. 많은 한국 남성들이 결혼할 때 턱시도를 입는데, 문제는 낮에 하는 결혼식에도 턱시도를 입는다는 사실이다. 턱시도는 본래 저녁에만 입는 것이다. 그러므로 낮에 결혼식을 할 땐 턱시도 대신에 품질 좋은 클래식 수트에 개성적인 보타이를 맨다면 완벽한 차림이 될 것이다.
남훈 란스미어 브랜드 매니저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